헬프맨!
‘우리나라는 소득 증가와 수명연장, 저출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입니다. 전국 30개 군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이미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SBS TV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치매 노인이 급증하고 ...
2010-07-02
석재정
‘우리나라는 소득 증가와 수명연장, 저출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입니다. 전국 30개 군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이미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SBS TV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치매 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8.3%인 34만 6000여 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 국민일보 ‘현재 치매, 중풍 관련 요양시설은 전국적으로 223곳(수용인원 1만 6398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치매 환자의 5%만 수용할 수 있는 것이며, 전국적으로 8만 3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중풍 치매 노인도 20%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 - 국민일보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던 90대 노인이 금실이 좋던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뒤따라 목을 매 숨졌다.... 아내 엄모씨는 지난 해 여름부터 치매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집을 나온 후 이틀간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길을 잃고 헤매던 중 도로변에 쓰러져 아사(餓死)직전에 놓였던 한 칠순 노인이 경찰관 덕분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김노인은 심각한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어 자신의 집주소를 알지 못하는 상황’- 매일신문 ‘서울시 재가노인복지협회 조남범(41) 회장은 노인문제는 가족에게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그나마 낫다는 서울마저도 노인복지시설에 관련된 인력과 공간은 너무도 초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 세계일보 위에 인용한 기사 몇 줄만 봐도 ‘노인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이웃 나라 일본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으며, 그들을 지탱해야 할 젊은 세대들은 아이를 낳는 걸 꺼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이대로 나가다간 시스템 상으로 가장 불안정하다는 역피라미드 형태의 인구비율구조가 조성될텐데, 많은 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 붕괴’는 어쩌면 아주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지도 모른다. 더 무서운 것은,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는 절대 진리 앞에서조차, 한국은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은 고령화 사회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미비하다 못해 처참한 수준이다. 사회 전체가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 일순위로 ‘고령화 사회’에 대한 탄탄한 사회 복지 시스템을, 지금이라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나마 있던 복지예산도 깎여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언론은 앞 다투어 ‘저출산 문제’만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자신의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미래가 뻔히 보이는 사회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하겠는가? 가까운 미래조차 희망이 없는데 더 먼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 만약 있다면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거나 정신 이상자일 것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정부나 정치권 또는 언론에서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공론화시켜 지금이라도 서둘러 움직이면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노인은 노동력을 상실한 사회적 잉여인간일 뿐인가? 그저 선거 때나 찾아가서 가식적인 미소나 날리고 표나 얻어오면 되는 그런 하찮은 존재인가? “노후 보험이 실시돼...노인 간호는 ‘복지’의 영역을 떠나 비즈니스로 발전할 거야, 게다가...영업하지 않아도 고객이 밀려들지...발전은 해도 절대 쇠퇴할 수 없는 빅 비즈니스, 늘어난다구, 모모타로, 노인은 계속 늘어나, 의료기술의 진보로 좀처럼 죽지 않게 됐어, 거기에 전후 베이비 붐 시대가 가세해서...일본은 세계 제일의 노인국이 됐지, ‘노인 간호’는 불황에 허덕이는 일본을 구제할 유일한 미래산업이야...” -“헬프맨” 본문 중에서 여기에 소개하는 일본 만화 “헬프맨”은, 일본의 노인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사회성 짙은 드라마지만, 결코 허구이거나 상상력을 덧붙여 만든 작품이 아니다. 철저한 고증과 사례 수집을 통해 ‘리얼한’ 에피소드를 엮어가고 있으며, 진정한 ‘헬프’의 길은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독자에게 묻는, 무겁고 진지한 만화라 할 수 있다. “헬프맨”은 억지스러운 감동을 유발시켜 동정표를 얻고 기부금을 조성하려는 얄팍한 작품이 아니다. 아주 냉정하다 못해 차가울 정도의 시선으로 ‘고령화 사회’의 여러 지점을 예리하게 파고들어 리얼하게 문제를 제시하고, 일체의 동정론이나 감상론이 끼어들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이 문제는 말 그대로 ‘현실’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저 있는 그대로 현실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사회적 경고가 될 만한 실태이고, 값싼 측은지심이나 어설픈 동정심으로 뛰어들 만한 일이 아님을, 이 작품은 잘 짜여진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에게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헬프맨”은 “고령화 사회”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자신의 가까운 미래라는 것을 끊임없이 시사하고 있으며, 어떤 식의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하는지 제도적으로, 사업적으로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 “헬프맨”은 현재 한국어판으로 12권까지 나와 있다. 1권에서는 ‘노후보험제도’편, 2권에서는 ‘재택 치매 간호’편, 3권에서는 ‘간병학대’편, 4권에서는 ‘고령자 성문제’편, 5,6,7권에서는 ‘간호 지원 전문요원’편, 8권에서는 ‘케어기버(Caregiver)’편, 9,10권에서는 ‘간호 복지사 학생’편, 11,12권에서는 ‘치매’편을 다루고 있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과 도움을 주는 사람들의 입장을 모두 수렴하여 균형감 있고 현실적인 사례를 도출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강점이며, 비즈니스로든 제도적으로든 ‘인간의 문제’로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이 만화의 미덕이다.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작품으로, 한국에도 적용될 만한 구체적인 사례가 많이 나와 있으니,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적극 권장하고 싶다. 이제 정말 남의 문제가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