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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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네 (맑은 봄빛 사랑 이야기)

“나의 자립은 아직 멀었는지도 모른다.” “양의 노래”, “흑철”,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환상박람회”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두터운 매니아층을 보유한 일본작가 토우메 케이의 단편집 “모모네”가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전체 분량으로 보아 한 권 분량의 이야기...

2010-06-10 석재정
“나의 자립은 아직 멀었는지도 모른다.” “양의 노래”, “흑철”,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환상박람회”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두터운 매니아층을 보유한 일본작가 토우메 케이의 단편집 “모모네”가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전체 분량으로 보아 한 권 분량의 이야기이니 단편집이라기보다 중편집이라 보는 것이 옳은 분류일지도 모른다.) 토우메 케이의 특징은 독특한 화풍이다. 일반적인 만화와는 사뭇 다른 그림체를 구사하는데 특히 “흑철”같은 경우는 연필 스케치를 보는듯한 화풍과 독특한 세계관으로 많은 독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토우메 케이만의 작품 분위기랄까? 사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림 자체는 매우 독특한 차별성이 있어 인상적일지 모르나 이야기 자체가 너무 밋밋해서 왠지 만화를 읽는다는 느낌이 들질 않는다. 그냥 심심한 일상 수필을 보는듯한 밋밋함 때문에 왠지 만화적 재미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없이, 감정의 고저도 없이 그저 심심하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작가를 좋아하는 팬들은 이런 밋밋한 일상 분위기와 왠지 모를 심심한 리얼함이 좋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가의 만화를 보면 ‘정말 독자의 취향은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자리의 주인은 언제 와서 그리는 걸까? 주간부인데 한 번도 못 봤어... 훌륭한 그림은 아니지만, 독특한 색을 써서 굉장히 상쾌해, 어떤 사람이 그리는 걸까?” “모모네”는 작품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미술학원에서 미대를 목표로 재수하고 있는 소녀 모모네의 사계절을 조용히 관찰하듯 바라보는 이야기다. 모모네에게 좀 특이한 면이 있다면 이제 막 가족들의 품을 떠나 독립생활을 시작했다는 것이고, 그런 막내를 걱정하듯 대학생 언니와 직장인 오빠가 수시로 자취방에 드나든다. 언니와 오빠 외에 중반부에 등장하는 그림교실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작품 내내 한 번도 얼굴이 나오지 않는 오래전에 집을 나간 화가 아버지가 모모네의 가족 구성이다. “모모네”는 소녀에서 숙녀로 변모해가는 주인공의 심적 변화에 포인트를 맞추고, 아주 세밀하면서도 무덤덤한 시선으로 그녀의 사랑이 천천히 시작되어 가는 과정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작품의 말엽에 모모네의 사랑이 시작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나는 구성은 한 때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었던 일본영화,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4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작품 자체의 분위기가 아주 고요하고, 사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에피소드가 조금씩 진행되지만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정서를 느끼게 하는데, 이것은 토우메 케이 특유의 연출과 작화 때문인 것 같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에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랑을 시작하며 소녀에서 여자로 변해가는 모모네의 모습을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