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전술전기 로보스 (LOBOS)
“...옛날...전쟁이 세상을 뒤흔들던 그 한복판에...자신의 실력에만 의존하고 주인을 두지 않으며, 어디든 가리지 않고 가세하는 용병집단이 있었으니...이름 하여 『랑(狼)이라 하였다.” 역사에서 1467년에서 1573년 정도로 규정되어 있는, 약 100여 년간...
2010-05-28
유호연
“...옛날...전쟁이 세상을 뒤흔들던 그 한복판에...자신의 실력에만 의존하고 주인을 두지 않으며, 어디든 가리지 않고 가세하는 용병집단이 있었으니...이름 하여 『랑(狼)이라 하였다.” 역사에서 1467년에서 1573년 정도로 규정되어 있는, 약 100여 년간의 일본의 전국시대는 힘 있는 다이묘들이 각자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부국강병을 외치며 일본 전토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민중에게 있어서는 혼란과 고통의 시기였다. 이 시기에 역사에 남은 수많은 전투와 그로 인한 살육, 약탈, 방화가 자행되었고 일본의 어느 곳 하나 혼란스럽지 않은 곳이 없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을 통일하고, 그의 사후 또 한 번의 큰 전투를 거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에 의해 도쿠가와 막부가 열리기 전까지 일본의 전국시대는 계속되었다. 역사적으로는 일본뿐만 아니라 바로 옆 나라인 우리 한국 민중들에게까지 큰 피해를 입힌 시대였지만, 500여년이 지난 지금 현재, 일본의 스토리 산업 대부분에 끊임없이 소재를 제공하고 창작의 자양분으로서 자리매김 되어있는 시대가 이 시기이기도 하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이 시기를 소재로 한 일본의 소설, 만화, 드라마, 게임, 영화 등은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은데, 그 이유는 아마도, ‘전쟁’이라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극단적인 상황이 주는, 수많은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내포한 창작의 영감 때문일 것이다. “이 건은 저 하나입니다. 그 보수액으론 이게 한계예요.” 여기에 소개하는 “전국전술전기 로보스”는 아주 적절한 소재들을 엮어 하나의 픽션으로 잘 결합시킨 일종의 ‘퓨전 사극’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전국시대’라는 무궁무진한 소재의 바다에서 작품 컨셉과 잘 들어맞는 사건들을 건져 올려(물론 개중엔 사실이 아닌 것도 많겠지만) ‘용병’이라는 설정과 합쳐놓았는데, 이것이 아주 그럴듯하게 하나의 작품으로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용병집단 ‘랑(狼)’이 진짜로 있었는지는 사실 알 필요도 없고 중요한 사실도 아니지만, 작품의 중간에 ‘랑’의 적으로 등장하는 ‘이가 닌자’같은 경우는 역사 속에서 실제로 존재한 전설적인 닌자집단이다. 이렇듯 사실과 상상을 적절히 섞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경우, 일본의 전국시대만한 적합한 시대배경이 없고, 전투처럼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한 사건이 없다. 이런 것들을 잘 버무리고, 매우 꼼꼼한 상황 설정을 통해 설득력을 갖춘 “전국전술전기 로보스”는 꽤 잘 만들어진 만화라 평가할 수 있겠다. “....별 수 없잖소, 보수를 미리 받아 챙겼으니, 일을 마무리하는 수밖에, 그 약초...내가 지켜주지!!” “전국전술전기 로보스”의 매력은 멋진 캐릭터와 촘촘한 상황 설정에 있다. 전국시대의 전란 중에서 그럴듯한 사건 하나를 끄집어내어 에피소드의 얼개를 잡고서, 그 상황을 해결하는 인물로 주인공인 이치조를 비롯한 각양각색의 ‘랑’의 용병들을 투입한다. 원래는 말도 안 되는 어려운 임무지만, 그들은 해낸다. 왜냐? 그것은 그들이 ‘랑’이기 때문일 뿐, 아무런 이유가 필요 없다. 이런 식의 이야기 전개를 위해서는 주인공들의 능력치가 거의 슈퍼맨 수준이 되어야 하지만, 이 작품은 그 황당함조차도 아주 그럴듯하게 각색해놓아서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기 키보다 큰, 긴 철포를 쏘는 이치조의 모습이 멋있어 보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