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들은 지금으로부터 7, 8천년 전 신석기 초기의 트랜스코카스 지역에 거주하던 동굴인들이었다고 전해진다.” “니나 잘해”의 콤비 조운학, 심경희가 “와인 입문서”를 내놨다. 학산문화사에서 출간된 “와인의 시간”은 와인의 유래에서부터 역사적 사건, 에티켓, 선택방법에 이르기까지 와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학습만화 형식으로 꾸며 독자에게 전달하는 책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포도재배는 점차 서역으로 퍼져나갔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메르에선 원래 맥주의 인기가 높았다. 맥주가 와인보다 역사적으로 좀 더 앞서기도 했거니와, 수메르인들이 저렴한 맥주를 즐겨 마시기도 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맥주 주조자와 바텐더는 모두 여자였다. 맥주에 비하면 와인은 왕과 귀족의 술이었다. 주조 과정이나 보관의 까다로움 등으로 지극히 상류층만 즐길 수 있었는데, 실제로 수메르에서 포도재배 및 와인 주조는 경제, 사회, 종교적인 영향력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었다. 모든 분야의 권력은 포도 경작지의 면적에 비례했으니까!” “신의 물방울”의 대대적인 힛트 이후, “와인”에 관한 만화들이 기획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먼나라 이웃나라”의 이원복 교수가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김영사)을 내놨고, 일본에서는 “소믈리에”같은, 와인을 전문소재로 다룬 만화가 연달아 나오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신의 물방울”의 한국에서의 메가 힛트는 “이건희 효과”라고 치부해 버리고 있지만, ‘와인’이라는 술이 한국에서 이토록 짧은 시간에 광대한 저변을 확보한 것에는 ‘와인’이 갖고 있는 본래의 힘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홍대나 이대 앞, 청담동이나 압구정 등, 소위 말하는 유행의 첨단을 걷는 거리에 가보면 수많은 “와인바”들이 앞 다투어 개업하고 있고, “와인”을 이용한 레시피를 마케팅하는 레스토랑들도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다. 대형 마트에도 와인 코너가 따로 개설될 정도다. 이런 현상은 ‘와인’이 본래 가지고 있는 힘에 기인한 것이 아니면 결코 설명될 수 없는 것이며, 소주나 맥주의 단조로움에 비해 오랜 역사를 통해 다양한 빈티지들을 보유한 와인의 개성, 즉 브랜드마다 각각의 맛을 뽐내는 장점이 한국의 소비자들을 매혹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와인을 주조하고 널리 전파한 나라는 그리스였다. 또한 처음으로 와인의 민주화를 이룬 것도 그리스다. 와인에 인간적인 의미를 담은 그리스의 와인 문화는 심포지움이란 의식을 통해 잘 드러난다. 당시의 심포지움이란 근엄한 학술적 분위기라기보다는 와인을 즐기며 토론하는 회합 분위기에 가까웠다. 심포지움 동안에 그리스 인들은 와인을 마시며 철학을 논했고 사랑을 나눴다.” 그러나 “와인”은 초보자가 입문하기에는 그 세계와 역사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서, 첫발을 디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와인 붐을 타고 만화뿐만 아니라 일반 책으로도 수많은 와인 입문서가 출판되었는데, 여기에 소개하는 “와인의 시간”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출간된 만화 중 하나다. “그리스 문명을 물려받은 로마 역시 그리스에 못지않은 와인 문화를 꽃 피웠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그리스와는 달리 군사적 문화가 근간인 로마 초창기에는 와인에 관한 규율도 매우 엄격하였다.” 『이제는 우리의 식탁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와인에 대해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알고 마시고 있는 걸까? 아직은 맛도, 모양도, 심지어 마시는 방법까지도 어렵고 생소하기만 한 와인에 대해 만화로 알기 쉽게 풀어 쓴 이 책은 와인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상식에서부터 좀 더 현실적이고 심도 깊은 정보까지를 친절하게 풀어놓은 입문서이다.』 - 작가의 말 中에서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로마에서도 와인은 주요 교역 물품이었다. 당시엔 문명국가라면 와인에 많은 양의 물을 타서 마셨고, 이를 당연히 여겼으며 그것을 문명과 야만을 구분하는 척도로 삼았다.” “와인의 시간”은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와인의 발견 - 행복한 우연, 두 번째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세 번째는 위기의 와인, 네 번째는 로마네 꽁티를 가다, 다섯 번째는 와인에 대한 예의, 여섯 번째는 처음 마셔본 브르고뉴, 일곱 번째는 세계는 넓고 와인은 많다!, 여덟 번째는 사람이 좋다! 와인이 좋다! 로 나뉘어져 있다. “골루와들은 최초로 오크통을 제작, 사용하였다. 이로써 와인 저장과 운송은 물론 주조 기술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훗날 골루와가 프랑스 왕국으로 형성되는 시기인 중세시대부터 포도밭과 와인 양조는 수도원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된다. 오늘날 프랑스 와인 대부분이 수도원의 전통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만 봐도, 수도원이 와인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와인의 시간”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와인의 역사다. 신석기 시대에 우연히 발견된 “와인”은 인류문명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하며, 인류 최초의 법전이라는 함무라비법전에도 와인의 거래에 대한 규칙이 명시되어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인류와 함께 해왔다. 이 책에서는 고대 문명을 지나 그리스, 로마 시대를 거치면서, ‘와인’이 인류의 기호품으로서 경제적으로 어떤 위치를 차지하며 발전해 왔는지, 포도의 경작은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였는지, 와인을 즐기는 대중들의 변천사는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세밀하게 고찰한다. 19세기에 접어들어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와인의 대중화가 이루어졌고 이 시기에 처음으로 ‘알콜 중독’이라는 병명이 등장했다는 사실도 이채롭다. 또한 기차가 발명되면서 와인의 산업화 양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진딧물이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등등 와인의 역사와 관련된 재미있는 상식들이 만화로 풀어져 소개되어 있다. 와인의 종류, 마시는 에티켓, 고르는 법, 원산지에 대한 정보, 빈티지 등등 와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으니 와인 입문서를 찾는 이에게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