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메이트
“융합을 시도하겠습니다!” 확실히 요즘 일본이건 한국이건, 만화계는 판타지가 대세인 것 같다. 현실이 너무 어려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창작의 분야도 시대에 따라 그때그때 무언가 유행하는 사조가 있는 건지 몰라도, 요 몇 년간 유난히 판타지 장르의 만화가 눈에 많...
2010-04-25
김진수
“융합을 시도하겠습니다!” 확실히 요즘 일본이건 한국이건, 만화계는 판타지가 대세인 것 같다. 현실이 너무 어려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창작의 분야도 시대에 따라 그때그때 무언가 유행하는 사조가 있는 건지 몰라도, 요 몇 년간 유난히 판타지 장르의 만화가 눈에 많이 띤다. 본격적인 사회파 만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아쉬운 일이나, 내가 작가가 아닌 이상 그건 그것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강조하고 싶은 건 오직 한 가지, 만화는 재미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상업만화를 만드는 자의 ‘왕도(王道)’이자, 독자들의 선택을 결정하는 최고의 조건이다. “「로트(ROTE)」, 어스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도시입니다. 그 곳의 모든 것은 기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민들도 모두 안드로이드죠, 원래는 인간이 지배하던 도시였지만 인간은 모두 죽고 안드로이드만이 남아있습니다. 그곳의 모든 시스템과 주민은 5대의 메인 컴퓨터에 의해서 제어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개하는 작품 “체크메이트”는, 대원씨아이에서 발행하는 만화잡지 ‘코믹 챔프’에서 2008년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신인작가 김상엽의 SF판타지 만화다. 작가의 말에 첫 단행본이라 써있는 걸 보니 연재는 처음인 것 같은데, 이정도면 꽤 성공적인 데뷔가 아닐까 한다. 현재 단행본으로 2권까지 발행되어 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내가 어스에 있는 건 ‘어떤 목적’이 있기 때문이야. 니들 상대하는 건 그 목적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재미도 없으니까 자리를 비켰던 것뿐, 근데 마침, ‘재미있는 게’ 나타났단말야.” “체크메이트”의 핵심 설정은, 지구와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안드로이드들의 도시 “로트”다. 그 도시는 지구보다 월등한 과학력을 소지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시스템이나 겉모습은 지구와 다를 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곳엔 인간이 존재하지 않고, 인간과 거의 유사한 기능의 안드로이드들이 도시의 구성원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평상시에 다른 차원에 있는 인간들의 세상 “어스”(로트에서 지구를 부르는 이름)에 관여하지 않고, 건너오지도 않는다. 그곳은 퀸, 프린세스, 룩, 나이트, 비숍이라 불리는 메인 컴퓨터에 의해 완벽히 제어되고 있으며 전뇌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시스템에 의해 데이터를 누적시키며 창조와 파괴를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로트”에 어떤 심각한 일이 발생했고, 핵심 인물 몇몇이 “어스”로 차원이동을 해야만 할 일이 생긴다. “체크메이트”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네가 무슨 생각으로 도와줬든 상관없어, 너에게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아.” “체크메이트”는 스토리, 설정, 연출 등 만화의 주요 분야 모두에서 첫 단행본이라 하기엔 놀라울 정도로 작가의 뛰어난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한 가지 맘에 들지 않는 것은 작화다. 어딘가 어설픈, 완성도가 떨어지는 그림은, 작품의 몰입도와 전체적인 수준을 떨어트린다. 훌륭한 스토리가 그림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는 느낌이 있는데, 점차 나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