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워드립니다!
“나는 그날...몇 달 만에 마음 편히 자고 깨어나 아침을 맞았다.” 야마자키 사야카는 1993년 “미스 캐스트”라는 작품으로, 일본 최고 권위의 신인만화가 상인 ‘치바 테츠야 상’ 가작을 수상하며 데뷔, 소년만화잡지에서 남녀독자 모두를 아우르는 감수성 넘치는 작...
2010-04-04
석재정
“나는 그날...몇 달 만에 마음 편히 자고 깨어나 아침을 맞았다.” 야마자키 사야카는 1993년 “미스 캐스트”라는 작품으로, 일본 최고 권위의 신인만화가 상인 ‘치바 테츠야 상’ 가작을 수상하며 데뷔, 소년만화잡지에서 남녀독자 모두를 아우르는 감수성 넘치는 작품들을 연재하며 개성적인 작가로 주목받는다. 이후 나이를 속이고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하루카의 청춘러브스토리 “하루카 세븐틴”이 빅히트,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졌다. 여기에 소개하는 신작 “재워드립니다! -Have a Good Night!-”은 고단샤의 대표 만화 잡지 ‘모닝’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작품이다. “오늘 가이 손님은... 31세 파견회사 여사원, 애인 없이 지낸 지 5년, 조금 신경질적인 것 같지만 온화한 사람이다. 수다쟁이는 좋아하지 않는 듯해, 잘 부탁해, 가이.” “재워드립니다”는 매우 독특한 설정이 색다른 재미를 전해주는 유니크한 느낌의 만화다. 전작인 “하루카 세븐틴”에서 이 작가의 뛰어난 드라마 구성능력은 이미 검증되었고,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주는 기술도 매우 훌륭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신작인 “재워드립니다”에서도 이러한 캐릭터의 개성과 드라마 구성은 더욱 좋아져서 흠잡을 곳이 없고,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넘어가는 스토리가 독자들을 작품에 빠져들게 만든다. “세상 여자들이 다 그거만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그저 남자가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밤이 있다. 내가 하는 또 한 가지 일....그것은 바로 최고의 잠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재워드립니다”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역시 독특한 설정이다. 작품의 여자 주인공인 아로마 마사지샾 ‘그린’의 사장 시오가 경영하는, 또 하나의 회사 “스트라이프 쉽(stripe ship)”은,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는 여성들의 곁에서 편안히 함께 잠들어주는 ‘꽃미남’을 파견해주는 회사다. 이 회사의 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오와 사전 상담을 받아야하며, 성행위를 비롯한 일체의 매춘행위는 절대 금지다. 파견되는 ‘꽃미남’에게 사적인 연애 감정을 갖는 것도 금지고, 따라서 특정한 ‘꽃미남’들을 연속해서 지명하는 것도 금지다. 파견된 ‘꽃미남’들은 고객의 요구사항에 따라, 함께 수다를 떨어주거나, 요리를 해주거나, 같이 술을 마셔주거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가사 일을 도와주거나 하는 부수적인 서비스를 하고, 메인 서비스인 ‘같이 잠들어 주기’를 다음 날 아침까지 시행하는데, 불면증, 외로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스트라이프 쉽”에서 파견된 “꽃미남”들 옆에서 오랜만의 숙면을 취한다. “상대보다 먼저 잠들면 안 되고, 상대가 악몽에 시달리면 바로 일어나야 하고, 상대보다 먼저 깨야한다.” “재워드립니다”는, 전작인 “하루카 세븐틴”에 이어 또 한 번의 빅히트를 할 것 같은 수작(秀作)이다. 이 독특한 느낌의 만화를 불면증에 시달리는 한국의 여성 독자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