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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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개와 서울고양이

“나빈아, 얘는 만세야. 오늘부터 두 달간 같이 집에 있을 거야, 좀 무섭게 생겼지만 무지 착하대, 둘이 친하게 지내삼.”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는 언제나 즐겁다. 나 역시 개를 한 마리 키워서인지는 몰라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동물들이 인간에게 주는 행...

2010-02-22 김현우
“나빈아, 얘는 만세야. 오늘부터 두 달간 같이 집에 있을 거야, 좀 무섭게 생겼지만 무지 착하대, 둘이 친하게 지내삼.”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는 언제나 즐겁다. 나 역시 개를 한 마리 키워서인지는 몰라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동물들이 인간에게 주는 행복감과 충족감, 변함없는 애정은 때론 세상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동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화는 말을 할 수 없는 그 동물들에게 인격을 부여하기 때문에, 마치 ‘내 개도 그럴 것 같다’는 일체감을 느끼게 해서 나 같은 독자를 행복한 상상에 빠지게 하곤 한다. “니는 내가 그리 싫나? 내는 니가 좋은데...” “H2O”, “엔젤 샵”, “사랑과 정열에게 맹세” 등으로 독특한 감수성을 선보여 주목받은 순정작가 황숙지가 신작을 내놓았다. 시골에서 올라 온 개와 서울에서 살던 고양이가 우연한 계기로 두 달간 동거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다사다난한 사건들을 아기자기하게 엮어놓은 “시골 개와 서울 고양이”다. “그...그래도 나는 니가 좋데이... 뭐, 우짜겠노, 이건 개 성격상 어쩔 수가 없는기라, 나는 니랑 놀고 싶고, 밥도 같이 노나 먹고....그리고 싶데이, 니가 좋데이.” 지인 중에 실제로 고양이와 개를 같이 키우는 분이 있는데, 고양이와 개가 서로에게 기대어 낮잠을 자는, 그 집에서 본 평화로운 풍경이 떠올라서 인지, 처음엔 이 만화에 솔직히 적응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차피 순수한 창작이고 상업적인 만화니까, 사실과 상상을 적절히 섞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작가의 고충으로 이해하고 보기로 했다. “나 기다릴게, K, 네가 서울에 올라올 때까지....언제라도 좋으니까, 기다릴게, 그때 만세도 데리고 와, 꼭 와.” “시골 개와 서울 고양이”는 시베리안 허스키 강아지 만세와 터키쉬 앙고라 고양이 나빈이가 벌이는 좌충우돌 동거생활에 작품의 큰 얼개를 두고, 개 주인 K와 고양이 주인 C 사이의 미묘한 애정관계를 곁들여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들어 낸다. “아무튼 니 하나는 내가 지킬 수 있데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켜줄 거데이!” “시골 개와 서울 고양이”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주인공인 만세와 나빈이의 캐릭터다.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개의 우직함과 적극적인 사교성, 주인을 몸종 정도로 밖에 생각 안하며 자신의 세계에만 빠져 사는 고양이의 이기심과 자유분방함이 아주 잘 표현되어 귀여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거기에 덧붙여 서로가 키우는 동물 덕에 친구에서 연인 사이로 서서히 발전해가는 남녀 주인공의 에피소드도 나쁘지 않다. 어쨌든 동물이 주인공인 만화는 너무 즐겁다. 그냥 그림으로만 봐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