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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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 2세

“기원 전 수천 년...사람들은 천상에 있는 신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거대한 탑을 쌓기 시작했다. 신은 그런 인간들의 야망에 격노하게 되었다. 결국 그 탑을 무너뜨려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했다. 그 탑을 바벨탑이라 부른다.” “바벨 2세”는 대작가 요코야...

2010-02-19 유호연
“기원 전 수천 년...사람들은 천상에 있는 신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거대한 탑을 쌓기 시작했다. 신은 그런 인간들의 야망에 격노하게 되었다. 결국 그 탑을 무너뜨려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했다. 그 탑을 바벨탑이라 부른다.” “바벨 2세”는 대작가 요코야마 미쓰테루가 1971년에 ‘주간 소년 챔피언’에 발표한 작품으로, 2년 반 동안의 연재를 거쳐 완결시켰으며 1973년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방영되었다. 초능력을 사용하는 주인공 바벨 2세와 그를 돕는 세 부하 로프로스, 포세이돈, 로뎀의 활약을 그린 SF만화의 효시격인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김동명이라는 만화가가 1970년대에 ‘새소년’의 별책부록을 통해 각색판으로 선보였고, 클로버문고 시리즈로도 출간되어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사실 말이 각색판이지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이야 저작권법 때문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시절에는 일본만화를 가져다가 우리나라 만화가가 그대로 베껴 다시 그리는 일이 상당수 존재했다. 그래서 한참의 세월이 흐를 때까지 난 “바벨 2세”가 우리나라 만화인줄 알고 있었다. 김형배 작가가 그린 속편 “바벨 3세”라는 만화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의 2세여, 나의 이름은 바벨이다. 난 그대에게 이 탑의 모든 것을 전해주려고 하네, 이것들을 가지고 이 지구를 정복하든, 지구인을 위해 사용하든 그것은 그대의 자유다. 난 나와 같은 능력을 가진 인간에게 내 모든 것을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요코야마 미쓰테루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대단한 인지도가 없을지 몰라도 일본에서는 데즈카 오사무와 쌍벽을 이루는 대작가다. “철인 28호”, “바벨 2세”, “요술공주 세리”, “삼국지”, “이가의 카케마루”, “도쿠카와 이에야스” 등등 일본 만화사에 길이 남는 명작들을 발표한 작가로 2004년 화재사고로 타계했다. 2007년 A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바벨 2세”를 정식 한국어판으로 출시하여 36년 만에 ‘전설의 작품’이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되었다. “어느 한 쪽은 신의 사자, 다른 한 쪽은 악마의 사자임에 틀림없어, 과연 요미님과 그 소년 중 어느 쪽이 신일지 악마일지...왠지 불안한 기운이...정말로 무시무시한 일이 곧 벌어질 거야, 신과 악마의 싸움이...” ‘시대를 앞서간 탁월한 설정’, ‘SF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기념비적인 작품’,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만화 캐릭터들과 철학적인 세계관의 환상적인 결합’ 등등 “바벨 2세”에 관한 호의적인 평가는 셀 수 없이 많다. 나 역시도 어린 시절 김동명의 “바벨 2세”를 보면서 작가가 만들어낸 거대한 세계 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며 한없이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바벨 2세의 세 부하, 거대로봇 포세이돈, 괴조 로프로스, 표범 로뎀이었다. 초능력자인 주인공이 이 세 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적들과 싸우는 설정이 상당히 파격적이었으며 작품에 다채로운 깊이를 심어주었다고 생각된다. 이번에 정식으로 한국에 소개된 “바벨 2세”를 보면서 오랜만의 향수에 젖어 즐거움을 만끽했다. 전 8권으로 이루어진 한국어판 “바벨 2세”는 독자들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다시금 떠올려주면서 이 작품이 왜 ‘전설’인지를 확인시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