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클로즈 (Real Clothes)
“백화점- 풍요로움과 화려함의 테마파크, 입구는 대리석과 유리의 반짝임, 화장품과 가죽냄새, 최첨단 모드와 패션, 아름답게 진열된 꿈의 생활, 물건들을 만지며 고객들이 상상하는 것은 어떤 내일?” 일본 순정만화 장르 중 아직까지 한국에서 감히 따라가지 못하는 장르...
2010-02-17
김현우
“백화점- 풍요로움과 화려함의 테마파크, 입구는 대리석과 유리의 반짝임, 화장품과 가죽냄새, 최첨단 모드와 패션, 아름답게 진열된 꿈의 생활, 물건들을 만지며 고객들이 상상하는 것은 어떤 내일?” 일본 순정만화 장르 중 아직까지 한국에서 감히 따라가지 못하는 장르가 “OL물”이다. “Office Lady”의 약자로 부르기 쉽게 “OL"이라 부르는데,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일과 사랑, 삶의 애환을 주요 소재로 다루는 이 장르는 정말 일본 순정만화 중 그 퀄리티에 있어 가장 탁월한 장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수입 23만에 38,000엔 구두는 있을 수 없어!!” 여기에 소개하는 “Real Clothes”는,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며 실적도 좋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여성 키누에가,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으로 인해 여성들의 패션을 책임지는 부서 ‘여성 3부’로 옮기면서 겪게 되는 변화를 심도 깊게 파고든 수작(秀作)이다. 침구를 파는 매장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던 키누에는 또래의 여성들에 비해 패션센스도 떨어지는 편이고, 무엇보다도 패션이라는 것에 큰 관심이 없는, 조금은 특이한 여성이었다. “벗으면 매한가지잖아, 단지 천더미. 중요한 건 내면이야”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가던 키누에에게 ‘백화점의 꽃’이라 불리는 여성복 매장을 담당하는 “여성 3부”로의 이동은 처음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기 시작한다. 일이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무엇보다도 자신 스스로가 패션이라는 것에 관심도 없고 조금은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아예 일 할 의욕이 일어나질 않는 것이다. “하찮은 걸 입으면 하찮은 인생이 돼버려” “Real Clothes”의 핵심은, 패션이라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키누에가 여성복 총괄부장으로 취임한 진보 미키와 충돌을 겪으면서 서서히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데 있다. 마치 작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며 패션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의 메릴 스트립과 앤 헤서웨이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 구성방식이나 스토리가 매우 유사한 작품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유사성을 인정하고서라도, 다년간 사회생활을 경험해 본 성인이라면 성별에 관계없이 이 작품에 빠져들 만큼, 아주 탄탄한 구성과 전문성, 빼어난 설득력을 갖추고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잘 만들어진 만화다. “여성복에서 이기는 것이 업계에서 이기는 겁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이 있다. 남자인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긴 하지만, 어느 설문 조사에서 보아도 사회생활에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직장 내 인간관계’라고 한다. “Real Clothes”는 이 문제를 베이스로 깔고 패션에 관한 것부터 백화점 내의 직장생활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보여준다. 현재 일본에서는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고 있으며(2009 4분기 후지TV) 한국어판으로는 1권만이 발매되어 있다.(2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