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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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 파이브 리미티드 에디션 전4권 세트

“먼 미래...오만과 방종 끝에 이 별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만 인류는, 나아가야 할 지침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인간을 초월한 초인류를 창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대가 바로 평화대이며, 그들에게는 높은 계급이 주어졌다. 조직의 No.2 빅토르 대령은 우수한 소년병 둘을...

2010-02-04 김진수
“먼 미래...오만과 방종 끝에 이 별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만 인류는, 나아가야 할 지침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인간을 초월한 초인류를 창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대가 바로 평화대이며, 그들에게는 높은 계급이 주어졌다. 조직의 No.2 빅토르 대령은 우수한 소년병 둘을 차출해, 전설의 대사슴 아시로를 잡기 위해 눈보라 치는 겨울 산을 오른다.” “하나오”, “제로”, “핑퐁”, “철콘 근크리트”, “푸른 청춘” 등 수많은 화제작과 문제작을 선보이며 만화의 새 장(章)을 열었다 평가받는 일본 만화계의 ‘천재’ 마츠모토 타이요의 “넘버 파이브”가 출시되었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는 결코 용이하진 않다.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편안함보다는 놀라움과 난해함을 선사하는 작가이기에, 어느 정도 그의 작풍에 익숙해지지 않고서 그의 작품을 해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타이요 월드’의 마력에 빠져버리면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가 독자에게 전달하는 성찰의 깊이와 각양각색으로 창조해낸 다양한 세계의 편린(片鱗)들은, 하나의 날카로운 이미지로 변환되어 읽는 이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을 초월한 존재를 숭배하고 따르길 원하는 생물이야. 하지만 허구는 허구에 머물지 않고 파국을 되풀이한다. 지금이 바로 초인류가 필요할 때지, 놈들이 숭배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존재 말야. 불을 꺼트리지 않으려면 유능한 파수꾼이 필요해, 지극히 우수한 견인차가” “넘버 파이브”는 세계를 변화시키려는 자와 세계를 유지하려는 자의 깊고도 처절한 투쟁의 이야기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두려움, 성선설과 성악설, 변화와 무위(無爲), 투쟁과 저항, 우상과 종교, 믿음과 조작 등등 인류의 역사를 꿰뚫는 무수한 사상과 철학이 타이요의 펜 끝에 녹아 독자들을 거대한 판타지의 세계로 안내한다. “국제 평화대 간부조직 ‘레인보우 부대’ 소속 No 나인의 유체가 가로라 사막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경찰은 살해 용의자를 같은 부대 No 파이브로 결론짓고 그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No 파이브가 여성을 유괴해 도주를 꾀한 지 2개월이 지난 현재, 마침내 레인보우 부대에서 첫 희생자가 나온 것입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군 사령부 도노반 장관은 1개월 이내에 군을 파견할 수도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No 파이브는 레인보우 부대 유수의 무투파로, 사격 실력은 부대 최고로 알려져 있으며....” “넘버 파이브”는 한 마디로 ‘난해하다’, 아무리 판타지라도 기본적인 인식이 될 만한 설정이나 기존 세계와 유사한 세계관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마츠모토 타이요는 그런 것들은 아예 무시한 채 독자들을 자신이 만들어 낸 환상의 세계로 그냥 내던져 버린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이 작품을 읽어주길 바란 것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읽기가 무척 괴롭다. 총 4권으로 이루어진 이 독특한 판타지의 중반이 넘어가서야 독자들은 이 거대한 세계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타이요만의 규칙과 표현, 독특한 캐릭터에 익숙해지기까지 이 작품은 그 어떤 독자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예 읽기를 포기하느냐, 아니면 참고 읽어 보느냐, 그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물론 익숙해진 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