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 프로그램 걸즈 타입 (SHORT PROGRAM GIRL'S TYPE)
“이 녀석은 내가 도쿄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신세를 지겠다고 찾아왔으니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마침 보일러공도 필요하던 참이니까 이것저것 신경 좀 써줘.” “터치”, “H2”, “미유키”, “러프”, “슬로우 스텝”, “진베”, “일곱 빛깔 무지개”...
2010-01-20
김진수
“이 녀석은 내가 도쿄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신세를 지겠다고 찾아왔으니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마침 보일러공도 필요하던 참이니까 이것저것 신경 좀 써줘.” “터치”, “H2”, “미유키”, “러프”, “슬로우 스텝”, “진베”, “일곱 빛깔 무지개”, “카츠”, 최근작 “크로스 게임”에 이르기 까지, 이젠 거의 전설이라 불러도 될 만큼의 힛트 작품 목록과 두텁고 열렬한 고정 팬 층을 가진 작가 아다치 미츠루, 만화 좀 봤다 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가 되었든 항상 ‘내 인생의 만화’에 그의 만화 하나쯤은 들어가 있는 것이 정석일 정도로, 유명한 작가이자 일본 만화계를 대표하는 관록 있는 작가다. 그의 단행본 판매부수는 누계부수 1억 부를 넘겼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작가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면서, 그의 새로 출시된 단편집 “SHORT PROGRAM GIRL`S TYPE”을 소개한다. “사기 도박의 천재, 통칭 주사위 긴지” 현재 한국에는 아다치 미츠루의 단편집 “SHORT PROGRAM”이 3권의 애장판으로 출시되어 있다. 이 단편집은 아다치 미츠루의 팬이라면 아주 예전부터 그 존재를 알고 있는 명작 중 하나로 아다치 특유의 애잔한 감수성과 긴 여운이, 수록된 단편마다 빛을 발하는 좋은 책이다. 그런데 갑자기 “SHORT PROGRAM GIRL`S TYPE”이라는 제목으로 생소한 단편집 하나가 출시되었다. 나름 아다치 미츠루의 광팬이라고 자부하고 있던 나도 이건 처음 보는 단편집이어서 발견하자마자 얼른 구매했고, 가까운 커피숖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요코 언니가 갖고 있던 사진을 본 순간부터 꼭 한번 마코를 만나고 싶었대, 오빠는 사진 속의 마코에게 한 눈에 반한 거야.” “SHORT PROGRAM GIRL`S TYPE”은 한 마디로 말해서, 아다치 미츠루의 초기작이다. 언제 발표된 단편들인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으나,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체가 아니라 아주 오래 된 그림체에, 아다치 특유의 청춘의 정서가 아직까지는 진하게 발휘되지 않은, 말 그대로 대작가의 젊은 시절이 유감없이 느껴지는 초기작 모음집이다. 사실 아다치의 초기작은 한국에서 접하기엔, 수입조차 안 되고 해적판으로만 떠돌아서, 많이 힘들었다. 읽어보았다는 누군가로부터, 그냥 “터치”부터 보는 것이 더 좋다, 초기작은 촌스럽고 유치해서 보면 실망만 할 것이다, 하는 말들을 꽤나 많이 들었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러다 드디어 이번에 말로만 듣던 초기작을 정판으로 접하고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오늘 승부는 난생 처음 신에게 빌었어요.” “SHORT PROGRAM GIRL`S TYPE”은 총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 앞의 세 편 ‘더부살이’ 시리즈는 캐릭터와 스토리가 이어지는 연작이고, 그 뒤의 네 편은 서로 아무 연관 없는 단편들이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아다치 미츠루의 힛트작에서 느낀 만큼의 깊이와 여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그 어떤 작품에서도 느낄 수 없는 풋풋함을 느낄 수 있으며 힛트작들의 뼈대가 된 많은 부분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