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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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 애장판 (키스)

“모든 키스는 시작을 뜻한다.” “뷰티 허니”, “영어학원 전쟁”, “미녀는 야수” 등으로 국내에서도 단단한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마츠모토 토모의 데뷔작이자 첫 장편, 그리고 최고의 힛트작인 “KISS”가 애장판으로 출시되었다. 원래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

2010-01-15 석재정
“모든 키스는 시작을 뜻한다.” “뷰티 허니”, “영어학원 전쟁”, “미녀는 야수” 등으로 국내에서도 단단한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마츠모토 토모의 데뷔작이자 첫 장편, 그리고 최고의 힛트작인 “KISS”가 애장판으로 출시되었다. 원래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8권짜리 단행본을 편집해 4권짜리 두꺼운 책으로 묶은 이번 애장판은 “KISS”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고, 아직까지 이 매혹적인 작품을 접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나의 사랑은 그 순간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KISS”는 한 마디로 매혹적인 작품이다. 혹자는 섹시하다고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17세의 여고생과 그녀를 가르치는 피아노 강사의 위험천만하면서도 위태롭고, 또 한편으로는 강렬한 사랑이야기인 이 작품은 그 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전개와 한 장면 한 장면에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듯한 연출효과를 선보여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작품이었다. “아무튼, 어른 남자는 성가시다니까” 지금이야 낯간지러운 막장 드라마에서조차 자주 써먹는, 남자 주인공들이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이라던가, 맨발의 여주인공을 번쩍 들어 올려 어깨에 안고 빗속을 걸어가는 모습이라던가, 예기치 못한 키스를 해대는, 여자의 마음을 수시로 흔들어 놓으며 여기저기 알 수 없는 매력을 흩뿌리고 다니는 ‘나쁜 남자’의 모습들이 너무나 흔해졌지만, 이 작품이 처음 출시된 당시만 해도(일본 1995년, 한국 1998년) 한국에서 이런 남자는 아줌마들이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의 마누라 몰래 바람이나 피는 나쁜 남자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예기치 않은 장면에서 표출하거나, 자신의 진심을 잘 드러내지 않다가도 어느 순간 깊은 진심을 전해준다거나 하는, 여자들의 애를 태울 만큼 잘나서 주위 여자들의 선망의 눈빛을 받으면서도 어느 순간 그녀만을 감동시켜줄 줄 아는, 좋은 의미의 ‘나쁜 남자’가 하나의 코드가 되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관심의 중심에 서는 캐릭터가 되었다. 물론 이 작품이 그런 유행을 선도했다는 비약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유행을 만들어 가는데 이 작품이 일조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그만큼 남자 주인공 고시마 마사유키는 이 작품에서 매혹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선생님은 어른이다” “KISS”의 진정한 매력은 주인공인 고시마가 피아노를 치는 장면들에 있다. 분명히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지면일 뿐인 장면인데도 마치 아름답고 청아한 피아노 소리가 읽는 이의 귓속을 파고드는 것 같은 기이한 경험을 선사한다. 한 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음악들을 찾아 들어보는 것이 아주 좋은 체험이기도 했고 실제로도 이 작품에 어울리는 아주 좋은 선곡이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왜 애니메이션 최강국인 일본에서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럼 정말 완벽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