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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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커 토우마 (안개 속)

“이 사람은 발자국 하나만 있으면 어떤 놈이라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참 신기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모 방송국에서 하는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만 봐도,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생활 또는 직업을 통해 달인의 경지에 오른 기술자들이...

2009-11-27 김현우
“이 사람은 발자국 하나만 있으면 어떤 놈이라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참 신기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모 방송국에서 하는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만 봐도,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생활 또는 직업을 통해 달인의 경지에 오른 기술자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것 같다. 이렇게 실생활 속에 숨어있는 고수들의 이야기는 언제 봐도 생경하고 신기하다. 소재의 개발력이라면 전 세계에서 최고일 일본 만화계가 이런 고수들을 다루지 않을 리가 없다. 예로부터 일본 만화계는 이런 생활 속의 고수들을 소재로 수없이 많은 전문직 만화를 만들어 왔다. 여기에 소개하는 “TRACKER 토우마”도 그런 종류의 만화 중 하나다. “전 트래커(TRACKER)입니다. 원래 ‘애니멀 트래킹’이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미국 인디언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아보리진 그리고 일본의 마타기 등, 수렵민족이 사냥감을 찾기 위해 고안해 낸 기술입니다. 그 기술을 현대에 맞게 되살려 구사하는 사람들을 트래커라고 부릅니다. 아무리 주의 깊은 야생동물일지라도, 걷게 되면 반드시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걱정 말아요. 이 흔적을 따라가면 보가트를 반드시 찾게 될 겁니다.” 트래커(TRACKER), 참으로 신기한 전문가다. 이 만화의 주인공 토우마는 어린 시절, 마타기(일본 동북지방의 산간지역에 사는 사냥꾼들)로부터 애니멀 트래킹이라는 전통 사냥기법을 전수받고 현재는 숲의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는 자연을 너무도 깊이 사랑하는 남자다. 토우마는 야생동물이든 사람이든 그들이 남긴 흔적(예를 들면 발자국)을 쫓아 추적하는 사람들이며 보폭이나 족적만 보고도 그 사람의 성별, 체중, 키, 버릇, 건강상태까지도 알 수 있다고 하는 신기한 전문가다. 이 만화는 이 기술을 구사하는 트래커 토우마가 각자의 사연을 갖고 산에 온 사람들이나 동물들과 얽혀지는 이야기로서,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으며 때론 잔잔한 감동을 전하기까지 하는 수작이다. “저 멧새를 잡아먹지 못하게 한다면 저 고양이가 배고파서 죽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불쌍하다’는 이유로 자연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공격한다. 그렇게 이 세계는 형성되는 거란다.” 이 작품의 스토리 작가는 “소년탐정 김전일”로 유명한 Kanari Youzaburou다. 추리물에서 독보적인 재능을 보여 온 스토리 작가여서 그런지 몰라도, 이 작품의 연출이나 구조는 매우 탄탄한 편이다. 원래 소재 자체가 누군가를 찾아내는 전문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든 살아있는 동물은 움직이는 한 흔적을 남긴다는 절대 명제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년탐정 김전일”처럼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반드시 범인을 찾아내야만 하는 그런 강박주의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이 작품의 기저에 깔려있는 주제는 “아름다운 자연, 후손에게 빌려 쓰고 있는 자연,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많은 것들”같은, 생태주의적인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신기한 직업의 주인공을 통해 도시생활 속에서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고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아주 푸근하고 소중한 메시지를 전한다. 아직 1권까지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실려 있는 모든 에피소드가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