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딱 한 명... 3년간 기다렸다. 딱 한 명이 더 필요하다. 마지막 한 명만 더 있으면 10명이 갖춰진다.” 역전 마라톤은 주자와 주자가 어깨띠(tasuki)를 건네받는 마라톤 릴레이를 말한다. 역전(ekiden)은 station(?)과 transmit(?)가 ...
2009-11-25
유호연
“딱 한 명... 3년간 기다렸다. 딱 한 명이 더 필요하다. 마지막 한 명만 더 있으면 10명이 갖춰진다.” 역전 마라톤은 주자와 주자가 어깨띠(tasuki)를 건네받는 마라톤 릴레이를 말한다. 역전(ekiden)은 station(?)과 transmit(?)가 합쳐진 말로, 역전 마라톤 강국 일본에서 처음 유래됐다. 역전 마라톤은 1917년 요미우리 신문이 일본의 도쿄 수도 이전을 기념하기 위해 3일간 교토~도쿄 508km를 달리는 대회를 개최한 것이 시초. 역전이라는 말은 당시 요미우리 신문 토키 제마로 사회부장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때 일본은 길가를 따라서 역이 일정한 간격으로 위치해 있었는데, 역전 주자들은 역과 역 사이를 달렸기 때문이다. 특히 하코네 대학 역전 마라톤은 역전마라톤의 꽃.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유학생 토요후크 마이(32) 씨는 "TV로 하코네 역전 마라톤을 자주 시청했다. 여러 사람이 같이 힘을 내 달리면서 서로 하나가 되는 게 매력적이다. 뛰면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했다. (출처 http://designsen.net/540#footnote_link_540_1) 다카하시 신의 “좋은 사람”, 나카하라 유의 “스타트”, “새로운 질풍” 등의 작품에서 알게 된 “하코네 역전 마라톤”은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특히나 육상을 했던 사람이나 육상을 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중요하고 유명한 대회인가 보다. 그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최고의 영광인 것처럼 생각하고(육상계의 갑자원같은 느낌?), 그 대회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만화나 소설,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다루어지는 것을 보면, 무언가 일본인의 정신세계에 있어 소중한 상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어릴 적에 운동회 때 했던 ‘이어달리기’같은 종목만 해도 그 박진감과 긴장감, 일체감이 대단했었다는 기억이 나에게도 있는 걸 보면, 하나의 구간을 자신이 책임지고 달려서, 매고 있는 어깨띠를, 기다리고 있는 동료에게 넘긴다는 대회규칙 하나만으로도 매력적인 경기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참고로 이 대회의 2009년 시청률이 27.5다!) “나와 함께 하코네 역전 마라톤에 나가지 않겠나?”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미우라 시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하코네 역전 마라톤에 나가려는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청춘만화다. 동명의 원작 소설도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어 있는데, 2006년에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이란 작품으로, 서른 살의 나이(1976년 생)에 일본 문학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 중의 하나인 나오키상(제 135회)을 수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단 필력은 인정받은 작가가 아닌가 싶다. 요즘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원작 소설을 만화로 각색하는 작업들이 꽤 많이 행해지고 있는데, 하나의 원작에서 갈라져 나온 만화와 소설이라도 매체와 장르에 따라 확실히 그 질감과 느낌이 다르고 감동받는 지점도 많이 다르다는 점을 이 작품을 소개하기에 앞서 꼭 말해두고 싶다.(소설을 먼저 읽은 독자에게 하는 말이다) 어느 스포츠물이나 다 그렇듯, 이 작품도 등장인물들이 “동료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 감동과 재미를 주는 포인트가 숨겨져 있다. 이 작품의 핵심은 ‘그저 빠르게 달리는 것밖에 모르는’ 한 청년이 ‘팀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