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전쟁 LOVE&WAR
“쇼와 마지막 년도 ‘미디어 양화법’ 성립, 시행, ‘책이 사냥당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양화법에 따라 미디어 양화 위원회가 설립되었고, 공공질서, 미풍양속을 해치는 미디어에 대해 엄격한 검열을 단행, 책과 영상 등 표현의 자유를 사람들로부터 빼앗고 만다. ‘도서관’...
2009-11-24
석재정
“쇼와 마지막 년도 ‘미디어 양화법’ 성립, 시행, ‘책이 사냥당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양화법에 따라 미디어 양화 위원회가 설립되었고, 공공질서, 미풍양속을 해치는 미디어에 대해 엄격한 검열을 단행, 책과 영상 등 표현의 자유를 사람들로부터 빼앗고 만다. ‘도서관’은 그 검열에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기관, 나라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자적인 법 ‘도서관 자유법’을 앞세운 도서관은 검열을 거부하고 온갖 미디어 작품을 자유롭게 수집, 시민에게 제공, 미디어 양화 위원회의 유일한 적이 되어 항쟁은 격화되어만 갔다. 세이카 16년 도서대 발족, 양화법 시행 후 30년 세이카 31년, 항쟁에 따른 대원의 사상조차 합법이 된 지금, 도서관의 ‘군대’에 해당하는 도서대 방위부는 경찰이나 자위대보다 점점 더 위험도가 높은 직종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제 10회 전격 소설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 아리카와 히로의 인기 소설 “도서관 전쟁”의 코믹스판이 한국어판으로 발매되었다. 동명의 원작소설은 “도서관 전쟁”, “도서관 내란”, “도서관 위기”, “도서관 혁명”의 총 4부작으로 완결이 난 상태지만, 현재 한국에는 1권에 해당하는 “도서관 전쟁”만이 번역되어 소설로 출간되어 있고, 이번에 동명의 코믹스판이 출간되었다.(2009.09월 현재 2권까지 출간) 일본에서는 누계부수 70만부 가까이 팔려나간 인기 소설이며 동명의 애니메이션도 총 12화로 제작되어 후지TV를 통해 2008년 4월부터 방영되었다고 한다.(DVD에서는 추가 에피소드로 13화가 담겨있다고 한다) 소설-애니메이션-만화의 순으로 미디어 믹스된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원작소설과 애니메이션은 필자가 보질 못해서 직접 평할 수 없지만, 본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꽤 높은 퀄리티를 선보인다고 하니 이런 류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만화와 같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10년 만에 발간된 너무나 좋아했던 동화책 후속편은 ‘바르지 않은’ 문장이 몇 개 들어있단 이유로 ‘사냥’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도서관 전쟁” 코믹스판은 일단 성공한 원작을 각색한 작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재미와 퀄리티는 갖춘 만화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라는 제목과 ‘국가와 대립하는 무장단체’라는 설정 자체가 ‘전쟁만화’나 ‘액션만화’를 연상시키지만, 사실은 그건 배경일 뿐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에 더 가깝다. 교관인 도조와 신입대원인 카사하라 사이의 티격태격 사제사이가 점차 이성에 대한 감정으로 발전해 나가는 전형적인 로맨스물로 남자들이 읽기에는 좀 낯간지러울 것 같다. “난 관동 도서대 대원이다. 그 서적들은 도서관법 제 30조에 의거, 자료 수집권 및 집행권을 적용, 도서관법 시행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적합한 도서임을 선언한다.” 어찌됐든 원작을 통해 이미 검증된 스토리 덕에 작품 자체가 탄탄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 이 만화의 강점일 것이다. 또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한 로맨스가 세세히 표현되어 있어 등장인물들 간의 미묘한 감정이 켜켜이 쌓여나가는 재미도 있다. 원작에서는 꽤나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의식도 표현된 모양인데, 코믹스에서는 그런 것들은 자막으로 최대한 간단하게 처리하고 인물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순정만화식 코드를 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