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브 (BELIEVE)
“젊음이나, 아름다움이나 재능, 그렇게 눈에 보이는 가치가 아니라, 사람의 시선을 못 박게 만드는 인종이 있다. 사람의 마음속에 가볍게 파고들어 흔드는 인종”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수도 없이 많은 산업 중에서 가장 화려한 산업은 연예인에 관련된 산업일 것이다. 스...
2009-11-02
김진수
“젊음이나, 아름다움이나 재능, 그렇게 눈에 보이는 가치가 아니라, 사람의 시선을 못 박게 만드는 인종이 있다. 사람의 마음속에 가볍게 파고들어 흔드는 인종”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수도 없이 많은 산업 중에서 가장 화려한 산업은 연예인에 관련된 산업일 것이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 아주 사소한 움직임조차 신문, 방송, 잡지 등등 각종 미디어들이 앞다투어 화려하게 조명하고 그들의 동향을 기사화시키며, 때론 그들의 사생활까지 잔인하게 파헤칠 때도 있다. 미디어들이 스타에게 집중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들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돈이 되는 이유는 스타가 아닌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에게 열광하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왜 대중은 스타에게 열광할까? 스타와 대중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간관계도, 첨예한 이해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말투, 의상, 몸매 등등 스타의 개인적인 취향과 육체적인 정체성을 따라하고 싶어 하고, 그들이 세상에 내놓는 콘텐츠상품과 이미지들을 아무런 비판 없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며 소비한다. 그저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스타의 모든 것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며 때론 말도 안되는 희생을 감수하기도 한다. 스타라는 희소성이 주는 신비감은 그 자체가 이슈이자 상품이다. 비록 자신의 사생활을 희생해서 얻어지는 부와 명예지만, 말 그대로 하늘의 별을 뜻하는 스타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최고의 화려한 존재다. “연예계에는 해마다 몇 백 명씩 신인이 데뷔한다. 요즘은 90년생 애들도 많고, 나한텐 그 애들이 가끔 우주인처럼 보인다. 탤런트는 틈새를 채우는 상품일 뿐이다.” 여기 소개하는 “BELIEVE”는 스타들의 이면, 즉 연예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뒷면을 아주 적나라하고 재미있게 파헤쳐주는 전문성있는 만화다. 주인공인 요리코는 사생활면에서는 가정도, 애인도, 따라서 당연히 자식도 없는 37세의 노처녀지만, 업계에서는 그 누구보다 인정받는 능력있는 연예인 매니저다. 그녀가 발굴했다는 소문이 돌면 관계자들이 달리 대할 정도로 그녀의 선구안과 관리능력은 업계에서 이미 인정받은 베테랑의 능력이다. 이 만화의 시작은 그런 요리코에게 가장 큰 시련이 닥치면서 시작된다. 신인 때부터 발굴해 한 식구처럼 키워낸, 요리코 회사 소속 최고의 스타, 영화배우 토요가 타 사무실로 이적하면서 회사는 위기를 맞고 그녀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사장 이하 사원들에게 요리코의 존재는 더욱 절실해진다. 그리고 우연히 접대차 간 술집에서 숨겨진 보석 같은 여자 루카를 발견한 요리코는 그녀를 화려하지만 무서운 연예계로 끌어들이고 스타로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상대를 행복하게 하는 직업이야!!” “BELIEVE”의 재미는 루카가 요리코의 손에 의해 점점 더 화려한 스타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보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작가는 스타의 뒷모습과 관련된 연예산업의 리얼한 모습을 아주 세심하고 담담하게 파헤친다. 기획사, 오디션, 사진, 방송, 출판, 잡지, 영화, 패션, 광고, 스폰서, 접대 등등 여배우가 스타로 커나가는 과정 속에서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다. 물론 일본만화라서 일본 연예계에 대한 이야기겠지만, 이 업계의 본질적인 실상을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재미있는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