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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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의 켄 (의류업계의 함정)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절대로 사업에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 있긴 하지, 그건 말일세...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라네...” “꼴찌 동경대 가다”로 일본의 교육현실과 편중된 사회구조를 통렬히 비판하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까지 거대한 반향을 일으켰던 작가 미...

2009-10-29 석재정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절대로 사업에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 있긴 하지, 그건 말일세...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라네...” “꼴찌 동경대 가다”로 일본의 교육현실과 편중된 사회구조를 통렬히 비판하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까지 거대한 반향을 일으켰던 작가 미타 노리후사의 작품 “머니의 켄”은 권투 세계챔피언 출신의 한 남자가 사업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리얼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다루어낸, 현실과 픽션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균형감을 잃지 않은 수작이다. “사업이란 것은 100% 재능이거든...” 미타 노리후사의 작품에는 견고한 패턴이 있다. 그건 바로 주인공의 멘토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꼴찌 동경대 가다”에서는 세상의 법칙을 몸으로 체득한 변호사 사쿠라기가 등장해 학생들에게 현실의 무거움을 가르쳐주면서 입시공부에 있어 동기 부여를 해주고, 최근작 “취업매니저”에서는 전설의 헤드헌터 시라카와가 등장해 취업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사회의 본질을 설파하며 취업활동에 있어 가장 적확한 로드맵을 제시해준다. “머니의 켄”에서도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멘토가 등장하는데 통신교육사업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성공한 사업가 츠카하라가 등장해 주인공인 켄에게 성공할 수 있는 사업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이들 멘토의 공통점은 바로 세상의 본질을 설명해주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매서운 진실과 그 사회의 시스템을 관통하는 법칙을 아주 냉정하고 깔끔하게 이들의 입을 빌려 설명해주는 것이다. 이들을 통해 작품의 주인공들은 세상과 싸워 나갈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얻게 되는데, 이러한 견고한 패턴이 이 작가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비즈니스는 이치가 지배하는 세계일세, 그곳에선 자신의 이익을 끝까지 자기 논리로 지키는 인간만이 살아남을 수 있어.” 사실 청소년들이 보기에 이 작가의 작품은 크게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된 어른들이라면 이 작가의 작품은 아주 크고 깊게 마음에 다가올 것이다. 학교에 다닐 땐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진실, 왜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공부를 잘해서 성적이 잘 나와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가르쳤을까? 왜 반평균을 깎아먹냐고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굴욕적으로 체벌했을까? 이상과 현실의 갭은 언제나 존재하고 그 차이는 거대할 수밖에 없지만, 다른 건 다 필요 없이 공부만 잘한다는 목표가 교육자로서, 부모로서 옳지 않은 것임을 알면서도 아마도 그것이 현실에서 가장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현재 돌아가고 있는 사회의 모양새를 보라, 아주 어릴 적부터 교육시스템을 통해 장차 이 사회의 권력을 쥘 사람과 그들의 노예가 될 사람들이 정해진다. 미타 노리후사는 작품을 통해 냉정하게 말한다. 이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환상에 빠지지 말라고, 행복의 기준은 각자 다르지만 행복은 그렇게 쉽게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고 절망하지만 말고 그 세상을 바꿀 힘과 지혜를 스스로 갖추라고 말이다. 현실은 언제나 차갑고 진리는 언제나 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