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도바사라 긴지
“아름다워지고 싶은 게 여자의 본능이듯이, 강해지고 싶은 것 또한 남자의 본능인 거야. 그러니까 난 강해질 거야.” 작년인가, 인기 버라이어티 쇼프로인 무릎팍도사에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나온 적이 있다. 재일교포 3세로서 그가 겪어온 굴곡진 인생과 격투가로서의 성...
2009-10-20
석재정
“아름다워지고 싶은 게 여자의 본능이듯이, 강해지고 싶은 것 또한 남자의 본능인 거야. 그러니까 난 강해질 거야.” 작년인가, 인기 버라이어티 쇼프로인 무릎팍도사에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나온 적이 있다. 재일교포 3세로서 그가 겪어온 굴곡진 인생과 격투가로서의 성공스토리는 2주에 걸쳐 방영되면서 전국에 일대 신드롬을 일으켰고 그 전까지는 일부 격투기 팬들만이 그 존재를 알던 추성훈은 한 순간에 전 국민의 스타로 떠올랐다. 추성훈은 버라이어티를 통해 만들어진 자신의 이미지를 가지고 순식간에 대한민국의 광고시장을 독식하면서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비인기스포츠인 이종격투기에 수많은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며 추성훈이라는 브랜드로 신규 시장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TV라는 매체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일대 사건이었지만 무릎팍도사 추성훈편은 프로그램 자체만으로 보더라도 꽤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다. 그 전에도 몇몇 다큐멘터리로 공중파를 통해 소개되었던 추성훈이었지만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킨 건 무릎팍도사외엔 없었기 때문이다. “너는...내가 상대하마.” 약 90여분에 걸친 그 토크쇼에서 진행자인 강호동과 게스트인 추성훈이 나눈 많은 이야기들 중,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추성훈의 멘트는 “운동선수는 타고나는 것이 8, 자신의 노력이 2정도의 비율”이라는 멘트였다. 지금 이 시간에도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하며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이라거나 제 2의 박세리나 김연아, 박태환, 이승엽, 박찬호를 꿈꾸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한 말이지만, 난 추성훈의 이 말이 정말 맞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나 연예인하고 비교를 해봐도 되는 것 자체가 힘들고, 노력보다는 재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직업은 아마도 운동선수일 것이다. 그리고 뛰어난 운동선수 중에서도 스포츠 스타로 발돋움 하는 사람은 정말 만분의 일의 확률도 안 될 것이다. “굉장하다...탱크같은 돌진력, 게다가 근래에 보기 드문 위력까지...하지만 가장 경이로운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전투심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내가 보기엔 스포츠가 가장 솔직한 분야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예술가들의 작품은 평론가들의 평가에 따라 대중들의 호불호나 그 가치가 크게 갈리기도 하고 연예인같은 경우는 기획사의 이미지 메이킹이나 대중들의 선택에 따라 그 선호도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자본주의적으로 분석하면 이런 류의 상품은 명백히 ‘취향’에 좌우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는 일단 최고의 성적을 내어야 한다. 즉 신체능력과 경험이 적절히 조합되어 시합에서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서야 하는 것이다. 물론 2등이나 3등도 조명을 받긴 하지만 1등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는 천재들만이 정상에 서는 자리가 바로 스포츠다. ‘취향’이 아닌 ‘실력’만이 그들을 평가하는 잣대이기 때문에 스포츠 스타는 정말 되기 어렵다. “공수도 바사라 긴지”는 바로 그런 운동선수, 특히 공수도에 천재적 재능을 가진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정통론에 입각해 만들어진 스포츠 만화다. 너무 정석적이라 이야기 진행이 뻔해서 오히려 재미가 없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