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니나
“납치했어, 세류의 아오타 니나, 하굣길에 납치했어.” 좋아하는 여학생에 대한 사춘기 남학생의 감정, 무어라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 힘든 그 복잡미묘한 감정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남학생들에게는 영원히 풀기 힘든 숙제이자 갖가지 환상을 부여하는 욕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2009-10-14
유호연
“납치했어, 세류의 아오타 니나, 하굣길에 납치했어.” 좋아하는 여학생에 대한 사춘기 남학생의 감정, 무어라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 힘든 그 복잡미묘한 감정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남학생들에게는 영원히 풀기 힘든 숙제이자 갖가지 환상을 부여하는 욕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아우~ 재수! 웬 밥맛이니! 너네 머리통 속엔 온통 망상만 펼쳐지고 있지? 아마 여자를 제대로 사귀어 본 적도 없을 거야! 재수 없어! 힘으로 밀어붙이면 다 될 거라 생각해? 정신 차려!” 여기에 소개하는 “사랑스런 니나”는 통학길 전철에서 알게 된 한 살 연상의 여고생에게 순정을 품은 남학생 둘이 벌이는 이야기다. 다소 엉뚱하게도 작품의 도입부부터 니나라는 이름의 그 여학생을 납치한다는 황당한 설정으로 시작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납치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이며, 작가는 다른 순정만화와는 다르게 납치라는 범죄를 통해 미묘한 감정선을 만들어 가는데 성공하고 있다. “구해줬다...고 생각한다면, 죽여버릴거야...” 작품의 주인공인 아츠시와 마사유키는 매일 통학길 전철에서 보는 한 살 연상의 여고생 아오타 니나에게 빠져있다. 청순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녀를 보는 것은 일종의 환상이자 욕망이다. 그러나 어느 날 마사유키가 그녀를 납치하면서 얼토당토않은 상황으로 셋의 관계는 휘말려 간다. 다행히 아츠시가 용기를 발휘해 사건의 흑막인 우시지마로부터 니나를 구해내게 되지만 어쨌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관계가 니나와 아츠시 사이에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작가가 주목하는 포인트는 바로 이 지점이다. “사람을 납치할 배짱이 있으면, 거절하는 용기를 키우란 말이야!” “사랑스런 니나”는 납치사건 이후의 니나와 아츠시의 관계 변화를 통해 이 시기 청소년들의 연애감정, 교우관계, 자의식 같은 부분을 섬세하고 미묘하게 잡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동경하던 여학생과 ‘납치’라는 황당한 계기를 통해 갑작스럽게 가까워진 소년의 심정과 상태는 커다란 변화를 보이는데, 그 전까지는 무서워서 피하기만 했던 강적과 싸우는 용기를 갖게 된다거나, 친구와의 감정대립이 격해진다거나, 끝없이 강력한 책임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네가 평생 니나를 만나지 않으면 니나에게 너는 영영 끔찍한 기억으로 남게 될 거야, 일단 구해주긴 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분 나쁜 남자....” 아직 1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뒤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니나와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거대한 변화를 겪게 되는 한 소년의 마음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펼쳐질 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새로움은 독자에게 꽤나 자극적인 소재로 다가오기 마련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