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학사
“어째서 그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던 걸까, 야마시로와는 1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는데, 올해 자리를 바꾸면서 처음으로 옆자리가 되었다.” 새로운 느낌의 신인작가가 나타났다. 국내의 만화 팬들에게도 아직은 생소한 이름 ‘이리에 아키’라는 작가다. 이번에 중앙북스에서 한...
2009-09-17
석재정
“어째서 그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던 걸까, 야마시로와는 1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는데, 올해 자리를 바꾸면서 처음으로 옆자리가 되었다.” 새로운 느낌의 신인작가가 나타났다. 국내의 만화 팬들에게도 아직은 생소한 이름 ‘이리에 아키’라는 작가다. 이번에 중앙북스에서 한국어판으로도 출간된 “군청학사”가 이리에 아키의 첫 단행본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 “코믹빔”이라는 잡지에 연재된 단편들의 모음집으로서 총 4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어판은 2권까지 출간되어있다) “계속 지켜봤지? 나를, 좋아서 그런 거 아냐?” 이리에 아키의 “군청학사”를 읽어 본 느낌은, 확실히 그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감수성’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 단편인 “이계의 창”의 경우,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한 소년의 존재를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환상적인 느낌의 이야기로 마지막 숨겨진 컷에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두 번째 단편인 “포로 공주”는 바람둥이 청년을 좋아하는 한 소녀의 미묘한 심리를 아주 감각적으로 잡아낸 깔끔하고 매력적인 단편이다. “선생님! 저어…오늘 배운 부분에서 질문이 있는데요.” 세 번째 단편 “선생님, 저는”은 초등학생 소년이 연상의 여자선생님을 보며 느끼는 설레임이 아주 세심하고 유쾌하게 표현되어 있다. 네 번째 단편 “꽃과 기사”는 뒷부분의 반전이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미야코씨, 말짱해요?” , “그럴걸” 다섯 번째 단편 “핑크 초콜릿”은 사랑의 순간과 그 느낌을 아주 간명하면서도 세심하게 잡아낸 작품으로 이리에 아키의 연출력과 작화력의 내공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단편이다. 여섯 번째 단편 “숲으로”는 미스테리한 느낌을 최대한 활용하여 묘한 뒷맛을 남기는 단편으로 숲의 풍경 묘사만으로도 이정도 느낌을 이끌어 냈다는 것은 매우 놀랍다. 7,8,9화에 해당하는 단편 “하얀 불꽃”이나 열 번째 단편 “알베르티나”도 세밀하면서도 무심한 듯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첫 작품집치고는 확실히 이리에 아키의 그림과 연출은 신인이라 보기엔 아주 뛰어난 수준이다. 아마추어 활동 때 어느 정도의 내공을 쌓았는지 모르지만, 감각, 감수성, 스킬 등 창작의 모든 부분에서 신선하고 다채롭다. 아마 요즘 시대의 대세라는 ‘쉬크’한 느낌이 만화로 표현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절제된 대사의 미학을 이미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반갑다. 새로운 느낌을 원하는 독자 분들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