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 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 거야 ...
2009-08-26
김진수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 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 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나라고 왜 흔들리지 않았겠나. 다만 그럴 때마다 지금이 99도다…그렇게 믿어야지. 99도에서 그만 두면 너무 아깝잖아. 허허허”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쥬”, “습지생태보고서”, “대한민국 원주민”등으로 젊은 나이에 도 불구하고 확실한 작가적 색깔을 갖춘 만화가 최규석이 이번엔 “6.10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한 작품 “100`C”를 들고 나타났다. 최규석의 작품은 등장할 때마다 그 독특한 화법과 사회의식으로 항상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정치적으로는 좌, 우 진영 양쪽 모두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최규석의 시대를 읽는 눈과 그만의 감수성은 “100`C”에서도 한 장 한 장 넘겨갈 때마다 공들인 그림과 연출, 선별된 대사 속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위악이지, 운동을 안 하자니 양심에 찔리고 하자니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 강하고, 그래서 그냥 나쁜 놈인 척 하는 거야. 그런 애들이 한 번 시작하면 제대로지, 고민하고 돌아서 오는 만큼 쉽게 안 흔들려, 첨부터 핏대 세우고 거품 물던 애들이 배신하지.” 대한민국 역사를 크게 바꾼 몇 가지 사건들 중에서 가장 최근의 것을 꼽으라면 ‘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군부독재의 기나긴 끝에서 온 국민의 저항으로 얻어낸 ‘대통령 직선제’라는 민주주의적 성과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로운 전환점으로 돌려놓은 일대 사건임이 확실하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이 때의 뜨거운 기록을 작가 최규석은 ‘자신이 경험한 시대’가 아니기에, 어느 한 쪽에 치우치거나 역사적 의의만을 드높이는 형식적인 작품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간 민초들의 시선과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엮어내 더더욱 빛나는 새로운 기록으로 탄생시켰다. “100`C”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겐 뜨거움을, 그 시대를 살지 않은 현재의 젊은이들에겐 ‘역사’를 선사해 줄 것이다. “사람이 죽었슈! , 그게 뭐? 내 새끼 죽었어? , 내 새끼 넘에 새끼가 그래 중해유? 영호가 핏줄처럼 따르던 학생이유! 배고프면 밥 사먹이고 추우면 옷 벗어주던! 집구석에 불을 싸지르든 말든 맘대로 허슈. 난 가야겠슈.” 나에게 있어 “100`C” 최고의 장면은, 故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두고 영호의 부모가 싸움을 벌이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는 대한민국의 가능성과 한계성이 씁쓸하면서도 동시적으로, 강렬하게 공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