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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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이야기

“아들이 한 놈 있습니다. 남자란…적극적으로 죽음을 모색해야 할 때가 있다고…전해 주십시오.” 한국판 신(新)무협의 장을 열었다 평가 받는 좌백의 무협소설 “대도오”를 원작으로 한, 권가야의 무협만화 “남자이야기”는, 갑작스럽게 연재가 중단되고 책으론 10권까지 ...

2009-08-21 김현우
“아들이 한 놈 있습니다. 남자란…적극적으로 죽음을 모색해야 할 때가 있다고…전해 주십시오.” 한국판 신(新)무협의 장을 열었다 평가 받는 좌백의 무협소설 “대도오”를 원작으로 한, 권가야의 무협만화 “남자이야기”는, 갑작스럽게 연재가 중단되고 책으론 10권까지 출간된 후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상태 그대로 멈춰있다. 그 이후 작가 권가야는 절필을 선언하며 만화계를 떠나 은거한 적도 있었고, 어딘가의 출판사에서 학습만화를 내었다는 기사를 본 것도 같다. 그러나 이 미완의 명작은 중단된 지 한참의 시간이 지났어도 다시금 연재를 재개해주길, 권가야의 방식으로 완결을 시켜주길, 목놓아 바라는 열혈팬들이 아주 많다. “고맙다는 말 같은 건 필요가 없겠지. 저들이 마음에 든다. 자네도 그렇지 않나?” “남자이야기”의 매력은 탄탄한 스토리의 원작을 권가야 특유의 방식으로 각색했다는 것에 있다. 원작과 비교해서 상당히 다른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는 원작 팬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원작을 망쳤다거나 재미가 없어졌다고 말하는 팬들은 아직 보지 못했다. 사실 이야기의 줄기만 원작을 따라갈 뿐, 세세한 부분에서부터 이야기의 큰 흐름까지 완전히 “권가야 식”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자이야기”를 한 번 읽으면 우리는 알 수 있다. 좋은 글이 뛰어난 그림과 임팩트있는 연출력을 만나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는지를 말이다. “친구는 구걸하는 게 아니야.” “남자이야기”는 한 하급무사와 그의 동료들이 치열한 전장으로 변한 무림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한 과정을 아주 격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인 대도오는 겉보기엔 악운밖에는 타고난 것이 없는 인물처럼 보여지지만 기실 그가 살아온 방식에는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치열함이 숨어있다. 권가야는 대도오라는 인물에게 신(神)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그의 주위에 그와 걸맞는 다양한 동료들을 배치한 후, 음모와 모략이 판치는 전장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우직하고 묵직한 남자들의 모습을 아름답고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원작에는 없는 SF적인 설정도 그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큰 몫을 하지만 전작인 “해와 달”에서 보여준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도 작품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남자다워졌구나. 매봉옥” 얼마 전에 오랜만에 출간된 권가야의 신작 “남한산성”을 서점에서 발견하고 아주 기뻤다. 한국만화사에 길이 남을 이 명작을 다시금 집필하여 꼭 완결해주길 팬으로서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