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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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석의 나라

“누구이건 우리의 신역을 침해하는 자는 용서치 않으리라. 앞으로 몇 년…이윽고… 언젠가는…언젠가는…” “기생수”로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한국, 유럽 등 전세계의 만화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의 “칠석의 나라”는 분량은 4권밖에 안 되는 짧은 ...

2009-08-19 석재정
“누구이건 우리의 신역을 침해하는 자는 용서치 않으리라. 앞으로 몇 년…이윽고… 언젠가는…언젠가는…” “기생수”로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한국, 유럽 등 전세계의 만화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의 “칠석의 나라”는 분량은 4권밖에 안 되는 짧은 SF지만,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극적 긴장감과 적절한 역사적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혼합한 뛰어난 작품이다. “네 아비는 할 줄 몰랐지만 … 어디 너는 할 수 있을까나? 이건 말이다. 특별한…선택된 사람밖에는 부릴 수 없는 재주란다.” “칠석의 나라”는 “세계의 미스터리”에 대한 이와아키 히토시만의 독특한 시각과 성찰, 그리고 열망이 담겨진 작품이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수많은 미스터리들과 당시의 기술로는 도저히 실현이 불가능했을 고대문명의 흔적들은 도대체 어디서 왔는가? 하는 의문은, 21세기에 접어든 지금도 아직 학자들의 논쟁거리이며 어느 학설이 정설이라고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다만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류의 열망은, 종교로 보면 ‘신의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며, 과학으로 보면 우주진출에 대한 욕망이다. 아주 오랜 옛날, 인류가 지구에서 걸음마를 시작했을 무렵, 어딘가의 미지의 존재가 우리에게 문명을 전해주었을 것이라는 가설은 수많은 만화가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었고, 많은 명작으로 탄생되어 세상에 나왔다. 기실 “기생수”도 지구 밖 어딘가에서 온 새로운 존재에 대한 이야기였고, 이와아키 히토시는 그 상상을 ‘인류와 지구’라는 거대한 문제와 연결시켜, 독자에게 만화적 재미뿐만 아니라 심도 깊은 고민까지 던져주는 명작으로 탄생시켰다. “이게 지방 호족인 마루카미 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까치깃발이야” “칠석의 나라”는 “기생수”와 공통된 상상에서 출발하면서도 조금 더 모호하게 결론을 내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지의 존재나 이공간(異空間)에 대한 언급은 아주 애매하게 처리하면서도, 외계인의 형상을 한 특이형 인간을 그대로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담대한 모험을 하기도 한다. 다만 만화에 등장하는 초능력자들에게 “창을 여는 자”라거나 “손이 닿는 자”라는 호칭을 붙여 줌으로서, 그들의 능력이 이 지구가 아닌 그 어딘가의 이계(異界)에서 전해진 것임을 암시한다. 그래서 작품의 포커스는 실종된 마루카미 교수를 찾으러 간 남마루 일행이 마을의 비밀에 서서히 접근하면서 주민들에게 대대로 신성시되고 있는 칠석제의 정체를 밝혀가는 것에 맞춰져 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자신들에게 무언가를 전해준 미지의 존재를 기다리며 매년 같은 날에 실시되는 마루카미 마을의 칠석제는, 작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미스터리의 해답에 대한, 강한 열망의 표상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