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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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류인 (小類人)

“소류인은 살아남기 위한 능력을 반드시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그 능력을 동족에게 보이는 때는 구역을 가지고 싸울 때와 생식 때 뿐이다.” “공작왕”의 작가 오기노 마코토가 야심차게 도전했던 새로운 판타지 “소류인(小類人)”은 초반에 보여준 참신함과 독특함을 마...

2009-08-10 석재정
“소류인은 살아남기 위한 능력을 반드시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그 능력을 동족에게 보이는 때는 구역을 가지고 싸울 때와 생식 때 뿐이다.” “공작왕”의 작가 오기노 마코토가 야심차게 도전했던 새로운 판타지 “소류인(小類人)”은 초반에 보여준 참신함과 독특함을 마지막까지 살려내지 못했던 것이 매우 안타까운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에게 강하게 들었던 생각은, 역시 아무리 좋은 이야기와 소재도 작가의 내면에서 성숙되지 않으면 다 필요 없어져 버리는 구나, 하는 것이었다. 작가는 생명공학, 특히나 유전자 공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작품의 중심축을 세운 후 세계의 미스터리를 가미하여 매우 독특한 주인공들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이 소류인(小類人)이다. 겉보기에는 그냥 초등학생 꼬마처럼 보이는 이들은 인간에게는 없는 독특한 초능력들(물질을 자신의 피를 통해 조종한다거나, 얼굴이나 몸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꾼다거나, 주먹이나 발에서 폭발을 일으킨다거나 하는)을 가지고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이리저리 전학을 다니며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100년이 넘게 살아가는 매우 독특한 신인류다. “나의 능력은 이 피다! 내 피가 묻은 무생물은 모두 살아있는 걸로 변하지” “소류인”을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작품이 두 개 있다. 하나는 통칭 “악마의 열매 능력자”로 분류되는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메가 힛트작 “원피스”와 각자 특이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능력자들이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의 미국 드라마 “히어로즈”다. “원피스”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옛날 만화인 탓에 “소류인”의 설정들이 좀 촌스럽지만, 어찌됐든 유사한 점이 많은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히어로즈”에 나오는 초능력들이 아주 많이 등장하는데 있다. 혹시 “히어로즈” 제작팀이 참고한 만화 아냐? 할 정도로 유사한 능력들이 많이 눈에 띤다. 물론 이런 류의 만화는 일본에 차고도 넘치지만 말이다. “그런 건 인간들의 감정이지….너 너무 인간에 융화되었군. 소류인의 힘을 이용해 돈 따윌 벌다니… 동족의 존재를 쉽게 입에 담질 않나…우리들 소류인에게 있어서 동료인 수컷도 적이지만…그 이상으로 인간들이 더 무서운 적이란 걸 잊은 거냐” “소류인”은 전 7권으로 이루어져 있는 분량 중에서 앞의 3권은 아주 훌륭한데, 4권부터 망가진다. 주인공인 히나가타 헤이지의 출생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부터 작품이 갑자기 좌초하기 시작한다. 작가의 머리 속에는 수많은 생각의 갈래들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창작해 낸 종족인 “소류인”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 유전자의 비밀이나 생명의 특성 같은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문제도 다루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작가가 잘 지켜오던 ‘절제’의 원칙이 깨지는 순간, 작품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