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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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형제

“내년 봄, 우리들은 달로 떠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달에서 장기 체재하기 위한 물자 운반은 이미 마쳤습니다. 우리들의 미션은 말하자면 화성이주를 현실화하기 위한 리허설 같은 것입니다. 달을 무대로 주거환경을 구축하고 장기체재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일본SF만화...

2009-08-07 김진수
“내년 봄, 우리들은 달로 떠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달에서 장기 체재하기 위한 물자 운반은 이미 마쳤습니다. 우리들의 미션은 말하자면 화성이주를 현실화하기 위한 리허설 같은 것입니다. 달을 무대로 주거환경을 구축하고 장기체재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일본SF만화의 역사는 굉장히 넓고도 깊다. 누구나 인정하는 명작 호시노 유키노부의 “2001 스페이스 판타지아”부터 오타사키 야스오의 명작 “문라이트 마일”에 이르기까지 우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류의 도전을 다룬 일본 SF 만화의 역사는 그 질감이 대단하다. 물론 모두 다 훌륭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류의 작품이 계속적으로 창작되는 그 산업환경이 참으로 부럽다. 여기에 소개하는 “우주형제”도 우주비행사가 되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이런 류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환영할 작품인 듯 하다. “일본인에게 있어서 달은 예부터 특별한 존재입니다. 거기다 나라를 대표해서 갈 수 있게 된 점은 정말 영광입니다. 하지만…저보다 먼저 달을 내딛어야 했던 사람이 지금 이 자리에 없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우주형제”의 시대배경은 2025년, 인류가 어느 정도의 우주항법 기술을 갖추고 달과 화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장기체재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기다. 주인공인 두 명의 남자 히비토와 뭇타는 형제로, 동생인 히비토는 이미 우주 비행사로서 선별된 검증 받은 실력자지만 형인 뭇타는 자동차설계회사에 근무하는 샐러리맨이다. ‘우주형제’는 형인 뭇타가 동생과 함께 달에 가겠다는 어릴 적 꿈을 위해 우주비행사 시험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그 때 모리 씨는, 우리들의 등에 손을 얹었다. 마치 힘을 주는 것처럼…우리들 형제는 그 때, 같은 것을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이 사람이 보아온 우주로 나도 갈 거라고” “우주형제”에서 자세하게 묘사되는 것은 우주비행사 선발 시험과정이다. 아직 1권밖에 나오지 않아서 이 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솔직히 현재로선 비교되는 명작들이 너무 많아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작화, 설정, 과학적 근거, 스토리 등 그 어느 것도 “문라이트 마일”이나 “2001 스페이스 판타지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전설’로 불리는 명작들과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으나, 소재가 비슷하고 설정이 비슷하면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냉혹하게 비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이 작가는 장대함과 스케일, 세세한 디테일 등을 다소 포기하고 인물의 변화과정에 그 핵심을 맞추고 있다. 우주비행사라는 기본적인 설정은 유지하되 SF적인 이야기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우주형제”가 앞으로 어떤 기류를 타고 변화해갈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우주비행사”가 되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