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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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버리는 신이 있으면 구원하는 신이 있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이 사람이 그 ‘신’이었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 문제는 구원받은 후 라는 것을” 일본 만화의 힛트 장르 중에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탐정물이다. 메가힛트작인 “소년탐정 김전일”과 “명탐정 코난”을...

2009-07-28 김현우
“버리는 신이 있으면 구원하는 신이 있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이 사람이 그 ‘신’이었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 문제는 구원받은 후 라는 것을” 일본 만화의 힛트 장르 중에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탐정물이다. 메가힛트작인 “소년탐정 김전일”과 “명탐정 코난”을 굳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일본 탐정 만화의 전통과 역사는 꽤 깊고 크다. 일본 드라마들도 탐정, 형사가 등장하는 추리 장르가 굉장히 많고 영화들도 역시 그렇다. 한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일본인들은 추리물을 사랑할까? 거기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주인공이 “범인은 너다!”라고 외칠 때, 추리물만이 갖는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은 아마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토록 사랑 받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바쁜 날 대신해서 현장감독을 해줘,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일이야, 다만…가끔 사원들이 법에 저촉되는 일을 할지도 몰라, 그 땐 반드시 네가 막아, 명심해” “탐정이 되는 893가지 방법”은 추리물의 장르적 특성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가벼운 코미디를 섞어놓은, 일종의 사소한 탐정만화다. 주인공인 나카지마는 동경대 법학부 출신의 엘리트지만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하고는 각종 자격증 따기에만 몰두해 정작 취직은 하지 않는 좀 특이한 백수다. 어린 아이 같은 순진함이 있고, 소심하고 여린 성격이지만, 남을 미워하거나 남에게 해를 끼치는 타입은 아니다. 그랬던 나카지마가 “전설의 선배” 미쿠리야를 만나면서부터 인생이 180도 바뀌게 된다. “터널을 판 사람에겐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방의 벽장에 도달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겠죠. 왜냐하면 그 인물은 여기에 뭔가 중요한 물건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나카지마가 동경했던 “전설의 선배” 미쿠리야는 동경대 법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한 실력에 뛰어난 외모와 훤칠한 키의 환상적인 체격 조건을 갖추었으며, 스포츠까지 잘 하는, 일종의 “엄친아형” 인간이다. 그랬던 그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법조계에 있지 않고 주식회사 D.I.C라는 심부름센터 사장을 하고 있었고, 신입사원 모집을 위해 학교에 왔다가 나카지마를 덜컥 채용해 버린 것이다. “폭력단 2대 두목이라지만 너도 일단은 변호사니까.” 이 작품의 재미는 사건마다 숨어있는 트릭을 찾아나가는 과정도 있지만, 주인공인 미쿠리야가 어째서 가업인 야쿠자 조직을 해산시키고 심부름 센터를 하고 있느냐 하는 이유를 찾아나가는 데도 있다. 그냥 가볍게 읽어볼 만한 미스테리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