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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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사무라이

“고양이가 이르길 그에게선 피비린내가 난다 하더이다.” “천재” 마츠모토 타이요가 이번엔 시대극을 들고 한국독자들을 찾아왔다. “하나오”, “철콘 근크리트”, “제로”, “핑퐁” 등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들을 꾸준히 한국어판으로 출간해온 출판사 애니북스가 2007...

2009-07-20 유호연
“고양이가 이르길 그에게선 피비린내가 난다 하더이다.” “천재” 마츠모토 타이요가 이번엔 시대극을 들고 한국독자들을 찾아왔다. “하나오”, “철콘 근크리트”, “제로”, “핑퐁” 등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들을 꾸준히 한국어판으로 출간해온 출판사 애니북스가 2007년도의 타이요 작품 “죽도 사무라이”를 출간하였다. 더구나 이번은 원작자도 있다. 거기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왠지 그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타이요의 팬인 나로서는 너무 설레였다. 사무라이를 주인공으로 이번엔 어떤 신세계를 보여줄 것인가 하는 기대감에 나오자마자 서점을 들러 바로 샀고, 커피숖에 앉아 단숨에 읽었다. “그대를 무엇보다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소만…용서하오, 쿠니후사, 용서하오, 용서하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있으면 필시 화를 부를 터, 필시…” “죽도 사무라이”의 주인공 사무라이 세노 소이치로는, 그간의 타이요 주인공들의 우수함만 따온 듯한 인물이다. 그 엄청난 검 실력은 “제로”의 무패복서 미야비를 닮았고, 어린 아이를 닮은 순수한 점은 “철콘 근크리트”의 쿠로와 시노를 보는 듯 하다. 누구보다 강하지만 그 강함을 내색하지 않는 진중함은 “핑퐁”의 스마일을 연상하게 한다. 마치 “타이요 월드”의 최강자가 등장한 느낌이다. “자연의 것들은 무엇 하나 군더더기가 없어 아름답지 않소이까? 아름답지요. 아름다워” 칼집에 손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지독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남자, 세노는 자신의 애검이자 희대의 명검인 쿠니후사를 전당포에 맡기고 허리엔 ‘다케미츠(: 대나무로 만든 칼, 돈을 마련하기 위해 칼을 판 사무라이들이 모양만 내기 위해 차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를 차고 다닌다. 불필요한 싸움은 하지 않는 주의이며 사실 시비가 붙더라도 칼 없이도 해결할 수 있는 엄청난 실력자다. 그가 집중하는 것은 ‘단 것’과 ‘자연’ 그리고 같은 곳에 기거하는 소년 칸키치다. 세노는 에도의 모든 풍경을 가로지르는, 말 그대로 이질적인 존재다. 무엇에 구애 받는 것도 없고,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흥미를 끄는 상대에게는 직설적으로 다가선다. 마음은 어린 아이이지만 몸은 최강의 전사인 특이한 남자인 것이다. “쓰르라미 소리에 한 사무라이가 고향을 그리다” “죽도 사무라이”를 통해 마츠모토 타이요는 작가로서 또 한 층 진일보한 모습을 선보인다. 자연과 사람, 강함과 부드러움, 여유로움과 격정, 그 모든 삶의 가치를 제멋대로처럼 보이지만 일정한 규칙을 갖는 선들로 한 폭의 동양화처럼 표현해낸다. 아주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