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외인구단 애장판
“혹은 무적구단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오랜 산고(産苦)끝에 태어났던가.” 한국만화의 “전설”이라는 칭호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만화,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학산문화사를 통해 애장판으로 출간되었다. 한국만화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혔던 이 희...
2009-07-13
김진수
“혹은 무적구단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오랜 산고(産苦)끝에 태어났던가.” 한국만화의 “전설”이라는 칭호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만화,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학산문화사를 통해 애장판으로 출간되었다. 한국만화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혔던 이 희대의 명작은 “2009 외인구단”이라는 제목으로 20여년만에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져 MBC의 전파를 타고 전국에 방영 중이다. 그러나 이미 1986년에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최재성이 오혜성 역을 맡고 이장호 감독이 영화로 제작, 28만 명이라는 당시로서는 놀라운 흥행기록을 수립하고, 주제가였던 정수라의 “난 너에게” 역시 공전의 힛트를 기록했던, 성공의 역사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오혜성이라는 이름보다는 ‘까치’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이현세의 주인공은, “까치와 엄지”로 대변되는 “이현세 월드”의 상징이다. 이현세의 작품은 항상 “까치의 비극성”에 의해 작품의 방향성이 대부분 결정되는 경향을 보인다. 우울하고, 마초적이고, 격정적이며, 파멸의 끝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이 80년대의 상징 같은 주인공은,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아주 확실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로서 정립되고 그 이후의 작품들은 대부분 그 캐릭터의 변주다. 그러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은, 왜 당시의 대중들이 이런 비극적인 캐릭터에 열광했는가 하는 사실이다. 혹자는 당시의 절망적인 사회분위기 탓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승자가 아닌 패자의 입장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정서와 욕망을 반영했다고도 하는데, 내가 볼 때 “까치”는, 비록 만화주인공이지만, 항상 사람들에게 호소해 온 ‘그만의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사랑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그는 친구를 쉽게 버리지 않는다. 그는 돈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이런 ‘진정성’이 그대로 구현되는 캐릭터이기에 까치가 비극적 결말을 향해 달려갈 때 독자들의 마음 한 구석을 강하게 울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것이야 말로 현실이 아닌 만화에서만 구현될 수 있는 삶의 가치다. “사람의 성격이 빗나가든, 실력이 뛰어나든, 사람으로서의 어떤 한계가 있는 건데…저 놈은 그 한계를 수시로 벗어나고 있어.” 뭐가 어찌됐든, 이번의 애장판 출간은, 개인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환영할만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공포의 외인구단”이 한국 만화계에 던져준 결과물은 엄청나게 크다.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란 강력한 선입견이 존재하던 한국에, 만화를 하나의 산업장르로 데뷔시킨 작품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 작품은 영원히 추앙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