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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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총 (팝툰콜렉션6)

“동민이 그렇게 죽고 애 아빠까지 홧병으로 죽고…저도 충격이 크겠지. 벌써 5년 전 일이잖아. 뭔가 수를 내야지, 툭하면 자살기도에 가출에… 나도 할 만큼은 해 봤어, 병원도 데려가 보고 기도원에도 데려가 보고…혼도 내 보고 어르기도 해 보고, 다 소용없더라, 스스로 ...

2009-07-09 유호연
“동민이 그렇게 죽고 애 아빠까지 홧병으로 죽고…저도 충격이 크겠지. 벌써 5년 전 일이잖아. 뭔가 수를 내야지, 툭하면 자살기도에 가출에… 나도 할 만큼은 해 봤어, 병원도 데려가 보고 기도원에도 데려가 보고…혼도 내 보고 어르기도 해 보고, 다 소용없더라, 스스로 털고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M. 노엘”, “후르츠 칵테일”, “자오선을 지나다” 등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한혜연이 만화잡지 팝툰에 연재하고 있는 작품, “애총”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단편 작품을 발표하여 일명 ‘크리스마스 작가’로도 불리는 한혜연은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스릴러물을 주로 발표해왔는데, 이번 작품 “애총”도 한혜연만의 색깔이 아주 잘 드러난 탄탄하고 재미있는 스릴러물이다. “아가, 뜨거운 숨이 여기까지 느껴지는구나, 오냐 오냐, 너 억울한 거 내가 다 안다. 얼마나 뜨거웠노, 그래도 이제 그만 네 누이를 놓아주거라. 네 누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네 명이 거기까지 였거늘….그러니 이제 누이를 놓고, 자…이리 오너라.” “애총”은 한자로 “兒塚”, 즉 ‘아이무덤’이라는 뜻이다. 잊을 만하면 꼭 일어나는, 사회를 놀라게 하는 사건 중에 사이비 종교와 관계된 살인 사건이 있는데, 작가 후기에서 한혜연은 “수사반장에서 시작된 사이비 종교의 관심에서 출발해 용인으로 이사한 어느 날의 상상을 거쳐 애총이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오대양 사건은 어디쯤에서 일어났을까, 그 곳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산채로 묻힌 아이들의 영혼은 어찌되었을까, 그곳에 집이 지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하는 의문에서 작품이 시작되었다고 밝힌다. “지난 밤엔 알지 못했다. 어둠과 피비린내에 덮여 있어서… 아내의 말처럼, 모든 주부들이 원한다는 꿈 같은 타운 하우스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1936년 Y읍에서 일어난 사이비 종교 ‘백백교’의 세 번째 학살사건으로 프롤로그를 시작하는 “애총”은, 40년의 세월을 바로 뛰어 넘어 1976년 서울로 작품의 무대를 옮긴다. 화재사고로 동생을 잃고 아버지마저 홧병으로 죽은 동주의 어두운 과거가 차분히 보여지며 영험한 무당을 만나 동주가 다시금 삶의 의지를 갖게 되는 장면으로 작품의 프롤로그는 끝이 난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부터 본격적인 사건인 “학살의 밤”이 시작된다. 가람 타운 하우스라는 호화 빌라촌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신중호 반장과 용의자이자 피해자 가족인 김태헌의 진술을 담담히 보여주면서, 한혜연은 영화적인 기법으로 작품의 긴장감을 높이고 사건의 개요를 리얼하게 묘사한다. 아직 1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아주 뛰어난 밀도를 선보인 작품, “애총”은 스릴러물의 미덕을 잘 갖춘 재미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