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선끝에 내가 있다
“4월,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엄마와 난 그 집에서 도망쳤다.” 매우 독특한 감성을 지닌 순정작가 서문다미가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제목은 “너의 시선 끝에 내가 있다”, 작가의 말에서부터 밝혔듯이 ‘초마이너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래도 서문다미의 팬이라면...
2009-05-22
석승환
“4월,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엄마와 난 그 집에서 도망쳤다.” 매우 독특한 감성을 지닌 순정작가 서문다미가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제목은 “너의 시선 끝에 내가 있다”, 작가의 말에서부터 밝혔듯이 ‘초마이너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래도 서문다미의 팬이라면 무척이나 반가워할 듯 하다. 작가 특유의 감성만 제대로 전해진다면 영락없이 그녀만의 월드로 빠져들 준비가 되어있는 팬들이 서문다미에게는 꽤 많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어머니를 보내고 난 정말 혼자가 됐다고 생각했다.” 서문다미에겐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대사도 여자 작가치고는 많이 과격(?)하고, 그림도 무언가 하나 모자란 듯이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구석이 있지만, 그녀의 작품에는 무언가 “결핍”이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주인공들의 모습과 일상도 특별한 사건 없이 그저 흘러갈 뿐인데도 묘하게도 독자들의 가슴 한 쪽을 건드리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아마도 그건 현대인들의 “결핍”과도 맞닿아있는 동시대의 감수성이라 여겨진다. “이리 와, 붙어서 자면 조금은 따뜻해지겠지, 날이 차다.” “너의 시선 끝에 내가 있다”는 한 순간에 무너져버릴 듯한 10대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거친 세상을 힘겹게 떠다니는, 그런 이야기다. 전학간 학교에서 아버지가 준 촌지를 비웃으며 학교 정문에서 찢어버리는 동하의 얼굴이 무척이나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의 힘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잊고 지내는 절대적 진리를 한 컷으로 표현해 내는 그녀만의 감성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롭다. 무언가에 몰두할 것을 찾거나 서로 의지가 되는 쏘울 메이트를 만나기 전에는 말이다. “퇴학당해야 하는데 돈 쳐발라 전학 온 신동하라고 합니다.” “너의 시선 끝에 내가 있다”에 등장하는 모든 소년들은 다 “결핍”이 있다. 제형이는 비록 나이 먹은 철부지 같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엄마를 잃었고, 동하는 모든 것에 있어서 코드가 맞지 않는 자신의 아버지와 서로간의 평행선만 그릴 뿐이다. 그런 그 둘이 만나게 된 것은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이었다는 것이 작가의 설정인데, “결핍”과 “결핍”이 만나면 “따뜻함”이 된다는 조금은 진부한 설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원래 진부한 법이다. 그것이 사회에서 욕하는 관계일지라도, 서로가 서로를 못 견뎌 하는 오래된 부부일지라도, 그 관계를 유지시키는 건 진부한 일상의 힘이다. 서문다미가 자신만의 두꺼운 팬층을 가진 이유도 바로 그 일상의 진부함을 쓸쓸하게 표현해낸 감성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