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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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파파

“마츠리 노부오, 비정한 암살 기법의 전승자여, 그러나 사랑을 알게 된 마츠리는 닌자로 살아갈 자격이 없다. 녀석은 죽어야만 한다.” 만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설정’이다.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구축기법이 바로 설정이다. 작...

2009-02-02 김현수
“마츠리 노부오, 비정한 암살 기법의 전승자여, 그러나 사랑을 알게 된 마츠리는 닌자로 살아갈 자격이 없다. 녀석은 죽어야만 한다.” 만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설정’이다.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구축기법이 바로 설정이다. 작가는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입시키고 이야기의 흐름과 동선을 짠다. 독자들은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구조에 빠져들며 때로는 캐릭터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고 때로는 이야기에 감동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것의 틀을 짜는 일이 바로 “설정”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닌자 파파”는 바로 이런 “설정의 힘”을 정석대로 구사하는 재미있는 만화다. “사랑이라는 말로 장난치는 인간에게 나는 혐오감을 느낀다.” “닌자 파파”의 설정은 아주 간단하다. 555년 동안 전승된 암살기법의 후계자인 마츠리 노부오가 아야라는 일반인에게 사랑을 느끼고 자신의 고향인 닌자마을을 배신, 신분을 숨긴 채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가족을 이루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참으로 유치하다는 생각이 드는 설정이지만, 작가는 그렇게 만만하게 만화를 만들지 않았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서 자신의 가족들과 평화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노부오에게 세상이 평탄치만은 않은 것이다. 인간의 법도를 저버린 불량배가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변태 스토커, 아동학대를 일삼는 아이의 담임, 돈과 권력으로 자신의 아내를 빼앗으려는 아내의 동창생, 마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살벌한 불량 청소년들까지, 마츠리 노부오의 일상은 매우 고단하다. 그리고 잊을만하면 자신의 고향에서 그를 죽이려는 암살자들을 파견하기까지 한다. 과연 마츠리 노부오는 자신의 가족과 생명을 지키며 자신이 원하는 평안함을 얻을 수 있을까? “행복을 원한다면 가족을 가지시오” “닌자 파파”의 장점은 복잡다단한 상황 속에서 일관된 방식으로 간결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한다는 데 있다. 작가는 황당무계한 이 만화의 설득력을 위해 주인공인 마츠리 노부오를 별볼일 없고 소심한 대머리 아저씨로 만들었다. ‘멋지지 않은 주인공’이란 설정은 극화에 있어서 굉장히 어려운 모험과도 같다. 그러나 평상시엔 볼품없는 이 대머리 아저씨가 검은 복면의 닌자로 변신해 악을 처단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슈퍼 히어로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이른바 “복면의 미학”이다. 하지만 마츠리 노부오는 배트맨처럼 잘생기고 멋진 억만장자가 아니다. 오히려 생계를 위해 피자배달을 하는 스파이더맨과 닮았다. 한없이 가족을 사랑하며 항상 올바른 사회를 지향하는 샐러리맨 아저씨가 최강의 닌자로 변신하여 “가족을 사랑하라”는 간결한 메시지를 주는 만화, “닌자 파파”는 꽤 재미있는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