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Sesame (오픈 세서미)
“나는 네가 싫어!”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청춘 로맨스물은 세대를 거듭하여 항상 대단한 인기를 누려왔다. 아무래도 학교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만화의 주독자층과 동시대의 감성을 계속해서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클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같은 나이 ...
2009-01-30
석재정
“나는 네가 싫어!”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청춘 로맨스물은 세대를 거듭하여 항상 대단한 인기를 누려왔다. 아무래도 학교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만화의 주독자층과 동시대의 감성을 계속해서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클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같은 나이 또래의 주인공들이 엮어가는 로맨스이기 때문에 감정이입을 하기 용이하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나이가 먹어도 도저히 공감할 수가 없는 것이 또한 일본의 청춘 로맨스물이다. 그만큼 캐릭터들의 관계를 배배 꼬기도 쉽지 않을 만큼, 하도 배배 꼬아서, 단행본의 권수를 늘려가기 위한 편집부의 노력이 가상할 정도로, 보는 이를 짜증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또 한 편으로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어릴 땐 이런 만화를 재미있고 안타깝게 여겼을까? 하는 점이다. “옛날에 만난 적 있어? 아주 어렸을 때….” “오픈 새서미”는 전형적인 일본의 학원 로맨스물이다. 마지막 권에서 반드시 맺어지는 남녀 주인공이 여러 가지 상황과 맞닥뜨리면서 항상 티격태격, 아옹다옹하다가 어느 순간 서로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사랑하게 된다는 그런 뻔한 스토리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일본의 소비자들과 한국의 소비자들의 로맨스를 대하는 취향 차이다. 물론 “캔디”처럼 양국의 소녀들을 한꺼번에 질식시키는 로맨스 교과서 같은 명작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만화나 소설, 크게는 드라마나 영화까지 로맨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한국과 일본은 많이 다른 듯하다. 한국은 “풀하우스”처럼 좀 더 직접적이고 대담한 로맨스를 좋아하는 경향이 강하고 일본은 좀 더 간접적이고 우회적이며 소심한 로맨스를 더 좋아하는 듯 하다. 바로 그런 일본의 로맨스물 소비취향을 교과서적으로 본 딴 것이 “오픈 새서미”다. “걱정 마.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 “오픈 새서미”의 강점은 엄청난 수의 캐릭터들이다. 처음부터 남자 주인공 한 명에 여자 주인공 한 명, 그리고 매 회 남자 주인공과 엮여가는 대 여섯 명의 여자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일종의 남학생들의 판타지라 할 수 있는데, 일본 작품이어서 그런지 남자 주인공에게 호감을 갖는 방식부터가 참 사소하다. 수영장에서 발을 삔 것을 도와주는 것이라든지,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 링에 올라가는 모습 때문이라든지, 하는 아주 사소한 일에서 여자 아이들은 남자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고 매력을 느낀다. 나중엔 잘 나가는 현역 아이돌 여배우까지 남자 주인공에게 빠져든다. 전혀 설득력이 없는 스토리들이지만 딱 하나 절대 깨지지 않는 원칙이 있다. 그건 바로 여자 주인공의 마음이 마지막 권에 가서야 남자 주인공에게 전해진다는 것이다. 로맨스를 읽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권할만한 전형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