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리스페셜
“바보 같아, 프로레슬링 같은 거 진짜 싫다,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아, 알려선 안 돼, 이런데서 다진 고기처럼 굴러다니고 있는 모습을 보여선 안 돼.” “꽃보다 남자”, “캣 스트릿”의 작가 카미오 요코가 재기 발랄한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제목은 “마츠리 스페...
2009-01-28
유호연
“바보 같아, 프로레슬링 같은 거 진짜 싫다,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아, 알려선 안 돼, 이런데서 다진 고기처럼 굴러다니고 있는 모습을 보여선 안 돼.” “꽃보다 남자”, “캣 스트릿”의 작가 카미오 요코가 재기 발랄한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제목은 “마츠리 스페셜”, 레슬링에 있어 천재적 재능을 타고난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한 프로레슬링 만화이자 학원물이다. 여성 작가로서 다루기가 다소 이색적인 “프로 레슬링”이란 소재에 한 가지 더 덧붙여 유쾌한 웃음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그건 바로 주인공인 마츠리가 자신의 재능을 죽도록 싫어한다는 점이다. 그녀의 꿈은 여고생다운 평범한 생활이다. 잘생긴 남학생과 로맨스를 꿈꾸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수다를 떠는 그런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관장인 아버지를 비롯한 프로 레슬링계의 사람들은 마츠리를 그냥 놔두지 않는다. 덕분에 마츠리는 새벽과 방과 후엔 억지로 훈련을 해야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가면을 쓰고 링에 올라가 시합을 해야 한다. “타고난 천재적 재능을 너무도 싫어하는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한 이 만화는 초장부터 아주 유쾌한 웃음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어제는 밤새 울었다. 모로카도 와타루의 그 말, 싫어하는 동물을 보는 것 같던 그 눈빛, 그런데도 걔가 날 쳐다본 게 좋아서 죽겠는거야!!” “마츠리 스페셜”의 극적 재미는 주인공인 마츠리의 이중생활에 있다. 낮에는 평범한 여고생, 밤에는 열혈팬이 따라다니는 가면을 쓴 프로레슬러 “허니 프린세스”로 살아가는 마츠리, 이 만화의 재미는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두 명의 인물이 동일인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마츠리는 진심으로 시합에 임하지 않는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은 계속되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마츠리에게 레슬러로서의 인기를 가져다 준다. 본인은 아주 죽을 맛이다. 성의 없이 시합해서 연전연패를 해도 링사이드에 앉아있는 관객들은 환호를 보내는 것이다. “네가 진심 프로레슬링 소속 현역 여고생이고, 링네임은 ‘허니 프린세스’인 복면 레슬러라는 사실 말이야?” “마츠리 스페셜”은 단지 여기서 멈추진 않는다. 이 만화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마츠리의 레슬링 실력이 진짜라는 데 있다. 비록 훈련 중이나 시합에서는 별 위력을 발휘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거나 본인이 분노하는 상황이 닥치면, 마츠리의 레슬링 기술은 화려하게 발휘된다. 본인도 모르게 흥분해서 시비를 거는 건장한 깡패 여러 명을 길바닥에 내던지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남학생 앞에서 시합을 하게 되자 복면이 벗겨지지 않으려고 상대편 레슬러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독자들은 기발한 설정에 의해 탄생된 이 주인공의 “이중생활”을 때로는 가슴 졸이며 때로는 유쾌하게 즐기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