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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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군의 일본일기 (27살 열혈청년 레이군의 좌충우돌 도쿄 생활기)

이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만화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만화”는 대개가 일본에서 정립된 코믹스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극화, 순정, 스포츠 등등 다양한 소재의 원고들이 잡지에서 연재되어 일정 분량으로 쌓이면 단행본으로 모아...

2008-12-29 석재정
이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만화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만화”는 대개가 일본에서 정립된 코믹스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극화, 순정, 스포츠 등등 다양한 소재의 원고들이 잡지에서 연재되어 일정 분량으로 쌓이면 단행본으로 모아 출판하게 되는 형식이다. 하지만 근간에 한국에서의 “만화”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1000만부 신화로 불리는, “마법천자문”과 “그리스 로마 신화”로 대표되는 아동용 학습만화 시장은 연재라는 형식을 거치지 않고 바로 단행본으로 작업된다. 또 강풀이나 강도하로 대표되는 “웹툰”이라는 형태도 있다. 종이 잡지가 아닌 네이버나 다음 같은 인터넷 포털에 연재되던 만화가 책으로 묶이는 경우다. 그럼 이것들은 만화가 아닌가? 만화가 맞다. 만화에 있어서라면 세계 최고라는 바로 옆 나라 일본과 확실히 차별되는 새로운 기류가 꿈틀대고 있는 것이 한국의 만화시장인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Ray君의 일본일기”는 네이버의 “나도 만화가” 코너에 인기리에 연재되던 일종의 일본어 학습서다. 작가인 한영종이 일본 생활을 겪으며 신기했던 점들이나 재미있었던 점들을 깔끔한 형태의 4컷 카툰으로 정리하고 그 옆에 해당되는 일본어 회화를 정리한, 일종의 가이드북이라고도 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만화다. 이 책을 여기에 소개하는 이유는 앞서도 설명했듯이, 인터넷 포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연재 형식을 취하고 있고, 일본문화와 일본어라는 새로운 요소를 첨가했으며, 이런 모든 것들을 제외하더라도 “만화적 재미”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바로 옆 나라 일본은 우리와 오랜 시간의 애증의 역사를 갖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같은 한자 문화권으로서의 공통점도 많고, 또 우리와는 전혀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기도 하다. 작가인 한영종은 자신의 분신 같은 캐릭터 “Ray君”을 등장시켜 그런 양국의 차이점을 아주 재미있고 유쾌한 만화적 기법으로 정리했다. 가령 밥을 먹을 때 한국은 밥그릇을 상에 놓고 수저로 떠먹지만 일본은 밥그릇을 손에 들고 젓가락으로 먹는 사소한 차이라던가, 일본의 노래방에는 혼자서 가더라도 부끄럽거나 이상하지 않다던가 하는 장점이 있다거나, 일본의 우체국 시스템은 한국에 비해 상당히 불편하던가 하는 그런 문화적 차이를 아주 재미있게 카툰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다. 누구나 외국여행을 가게 되면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고 신기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을 책이라는 형태로 묶어낼 만큼 재주를 가진 사람은 흔치 않다. 아마도 그것은 작가인 한영종이 만화가 문하생이라는 특수한 경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일본 문화나 일본어, 일본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만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