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80's (Tokyo Eighties - 졸업)
“언제부터였을까… 하루를 짧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언제부터이더라…여름이 다가오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언제부터인지…..” 20대 초반,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그저 세상이 빛나 보이기만 했던 그 시기에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꿈을 쫓...
2008-12-22
유호연
“언제부터였을까… 하루를 짧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언제부터이더라…여름이 다가오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언제부터인지…..” 20대 초반,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그저 세상이 빛나 보이기만 했던 그 시기에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꿈을 쫓으며, 누군가는 자아를 발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이 시기의 가장 큰 단점이자 장점은, 무엇 하나 명확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데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들이 일상다반사처럼 벌어지는 시기, 이제 막 20대에 들어선 다섯 명의 청춘들이 보여주는 좌충우돌 로맨스, “도쿄 80`s”를 소개한다. “모리시타 아이의 그 한 마디는…나로 하여금 20여년 전의 그날로 데려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회사 전보당에 다니며 과장 진급을 눈앞에 두고 있는 준페이에게 그의 첫사랑이라 할 수 있는 모리시타 아이의 근 20여년 만의 전화가 걸려온다. 대학 시절 정말 친했던 친구 리키야의 부고를 알리면서 이따 저녁때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는 그녀, 전화를 끊은 후, 준페이는 아름다웠던 그 시절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그녀랑 처음 만난 건…대학 입학 시험장에서였다.” “도쿄 80`s”은 디스코와 거품경제가 활개를 치던 80년대의 도쿄를 배경으로 와세다 대학 경상학부에 다니는 다섯 명의 신입생들이 보여주는 대학생활 이야기다. 처음부터 좋지 않은 계기로 알게 된 모리시타 아이와 마카베 준페이는 항상 티격태격하며 서로에게 관심 없는 듯 행동하지만 사실은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운 사이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 후 삼수를 해서 와세다 대학에 들어온 유지는 명문가의 자식이지만 고등학교 시절 요코하마의 유명한 폭주족을 이끌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아이의 친구이자 다정다감한 세이코는 준페이의 모습에 자꾸만 마음이 끌린다. 숫기도 없고 운동신경도 별로 없는 리키야는 항상 유지와 준페이를 의지하며 따라다닌다. “도쿄 80`s”은 이 다섯 명의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청춘 로맨스물이다. 설정만 봐도 그저 그런 로맨스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도쿄 80`s”은 그렇게 간단한 만화가 아니다. 아무 것도 몰랐던 좌충우돌 신입생시절부터 대학 졸업반에 이르러 취업활동에 나가는 그들의 모습까지 아주 차분하게 다루면서 그 시절 도쿄의 풍경을 애잔하게 보여준다. 특히 중간부터 이루어지는 주인공들의 로맨스는 맨 마지막 리키야의 장례식에 모인 그들을 보여주며 열린 결말에 이르면서 잔잔하고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지나간 20대를 진하게 추억하게 해주는 만화 “도쿄 80`s”를 오늘도 삶에 지쳐 허덕이는 30대 후반들에게 추천한다. 맨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그 시절의 친구들에게 전화라도 한 통 걸고 싶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