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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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우사기 (토끼는 뛴다, 뛰는 것은 토끼)

“머리가 벗겨지면, 순순히 은퇴하자. 파리가 날아들어도, 못 본 척 하자. 훌륭한 사무라이가 되겠다. 고케닌 사쿠지카타 모노카키, 우다가와 고스케, 15세, 기혼” 고케닌 : 에도시대 쇼군 직속의 하급무사, 사쿠지카타 : 에도막부의 건축, 수리 등을 담당했던 하급관리...

2008-12-15 석재정
“머리가 벗겨지면, 순순히 은퇴하자. 파리가 날아들어도, 못 본 척 하자. 훌륭한 사무라이가 되겠다. 고케닌 사쿠지카타 모노카키, 우다가와 고스케, 15세, 기혼” 고케닌 : 에도시대 쇼군 직속의 하급무사, 사쿠지카타 : 에도막부의 건축, 수리 등을 담당했던 하급관리, 사지카타라고도 한다. 모노카키 : 문서, 기록을 하는 직책, 서기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집어 들었는데 한 순간 푹 빠져버리게 되는 만화가 있다. 그건 그 작품이 무언가 아주 재미있고 단단한 것을 응축하고 있을 때인데, 여기에 소개하는 “사무라이 우사기”가 바로 그런 만화다. 그림체나 이야기의 흐름이 영락없는 아동용 팬시풍의 귀여운 사무라이 만화인데, 읽다 보면 이것이 어린 아이들을 위한 만화가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을 위한 만화인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에도성에서 나의 하루는, 상사의 기모노 확인으로 시작된다. ‘신분’을 존중하고, 체면이 손상되는 것을 꺼리는, 그것이 바로 무사다. 윗사람에게도 아랫사람에게도 튀지 않도록, ‘적당히’ 하는 것이 최선책, 도리를 잃어선 안 된다고 알고 있지만, 그런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하다니. 대머리와 파리 때문에 죽는 직업을 물려받았다, 요령 없기로 소문났다. 전쟁도 아닌데 하루하루를 살아남는데 필사적이라, 다른 소망을 가질 여유도 없었다. 그러나 영원히 상사의 기모노에 우왕좌왕하며 살 수는 없었다.” “사무라이 우사기”는 아버지로부터 얼떨결에 물려받은 무사 직위에, 자신과는 맞지 않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자신이 세운 원칙과 법도 아래, 아내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당당해지려 하는, 15살 꼬마 신랑의 ‘사무라이 견습기’다. 주인공인 고스케의 재능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아주 뛰어난 검술 실력인데, “사무라이 우사기”는 장차 일본 최고의 검술 도장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도장을 차리고 문하생들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고스케의 좌충우돌 생활기다. “그런가, 시노에게, 토끼는 그런 동물이고, 포장마차 국수는 말 그대로 맛있는 음식이며, 강물 속의 사람은 ‘기분 좋게’ 보이는구나. 자기가 믿는 일이라면, 신분도 체면도 관계없다.” “사무라이 우사기”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극의 재미를 이끌어가는 전형적인 일본 만화다. 그러나 캐릭터와 캐릭터의 사이에 아주 그럴듯한 인생의 비밀을 한 자락씩 감춰놓고 조금씩 풀어나가며, 에피소드의 말엽에는 독자들에게 삶의 진리를 하나씩 선사하는 묵직함도 갖추고 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귀엽게 생긴 것은 어찌 보면 반어법적인 설정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15세의 긍지 높은 소년이 진정한 사내가 되어가는 모습을 밀도 있게 다루었다. 만화를 읽으며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