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티드 에디션
1980년대 만화 붐과 함께 일어났던 아마추어 동인활동은 ‘ACA’처럼 동아리 연합체가 탄생하는 듯 양적, 질적으로 성장을 거듭해왔으며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쌓아올린 실력으로 메이저 출판사에서 검증을 받아 작가활동을 하게 된 사례도 많다. 특히, ...
2008-11-27
김미진
1980년대 만화 붐과 함께 일어났던 아마추어 동인활동은 ‘ACA’처럼 동아리 연합체가 탄생하는 듯 양적, 질적으로 성장을 거듭해왔으며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쌓아올린 실력으로 메이저 출판사에서 검증을 받아 작가활동을 하게 된 사례도 많다. 특히, 한겨레 만화학교처럼 사회교육 일환으로 진행되는 만화가 양성과정이나 대학에서의 교육을 통해 더욱 발전적인 동아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동인지가 때로 기성작품에 못지않은 구성과 연출을 보여주는 경우도 생겼다. 이 같은 작품들을 출판의 기회로 연결시켜 활성화 시켜주는 것이 부천만화정보센터의 동인지 출판지원이며, [리미티드 에디션]은 2005년에 출판지원에 선정된 작품집 가운데 하나다. ‘초대형 만화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이 책의 참여자들은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모였다. 분명 어느 정도의 인맥을 통해 형성되었을 참여자들의 연결고리는 이 한권의 책을 탄생시켰다는 사실만으로 놀라운 응집력을 보여준다. 전체 21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집은 각각 개성어린 연출은 물론 작품마다 드러나는 다양한 서체를 통해 사식까지도 개별 작가들의 손에서 이루어졌음을 짐작케 한다. 그만큼 이 작품집은 ‘처음 시작하는 이들의 가슴 벅참’이 묻어있다. 이들 작품들은 외면적인 형태에 따라 크게 몇 가지 형태로 나누어 이야기할 수 있다. 우선 전통적인 만화의 형식을 고수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품들이다. 펭귄을 등장시켜 인간들의 삶을 우화적으로 표현한 ‘밍키밍키’, 답답한 현실에 대해 울분을 토해내는 ‘엿같은 AB형이 칼을 들었을 때’, ‘어느 한 능력자의 직장 생활’, 풀리지 않는 남녀관계에 대한 일면을 보여준 ‘컵라면’, 어린 시절 친구에게 약속했던 자신의 꿈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실현시키는 ‘플라이 미 투 더 문’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로 형식적인 측면에서 전통적인 만화연출을 탈피, 새로운 실험을 진행한 작품들이다. 글과 그림을 분리시켜 어린 시절 읽었던 그림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환상 이야기’, 회화적인 표현에 만화적인 내용을 가미, 한 컷으로 일상을 표현한 ‘일상’, 꿈을 먹고 살아가는 동물 ‘맥’을 등장시켜 시간이 흐를수록 꿈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슈퍼러버주인공이다경미’ 등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셋째로 만화의 형식은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되 연출이나 기법 상의 변화를 꾀하는 작품들이다. ‘썸데이미드나잇’, ‘얼쓰맨’, ‘어쓰 앤 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컷 연출방식 안에서 새로운 표현방법, 이를테면 실사를 가져와 합성한다든가 혹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연출을 선보인다. 이처럼 다양한 개성을 표출하면서 하나의 작품집을 완성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속 작품들은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을 지닌다. 그것은 그 어떤 작품도 기존 상업 잡지나 단행본에서 보여 왔던 식상함을 그대로 적용한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모두 나름대로 자신만의 이야기 전달방식을 고집한다. 때문에 이들에게서는 새로운 만화세대를 위한 새로운 창작의 희망이 보인다. 부천만화정보센터 동인지 출판지원은 프로는 아니지만 열정 있고 패기에 찬 신인들의 작품을 공식적인 루트로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특히 한 권의 책에 다양한 색깔과 감각을 지닌 프로 지망생들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독자뿐만 아니라 기성 만화계에도 신선함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리미티드 에디션]도 그렇다. 한권의 책에 21편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독자에게 충만함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