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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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 진세이

“나는 엔조지가(家)의 고용인 나가이 진세이다. 또 한 번 이 집 문턱을 넘었다간 이 버섯 머리털을 몽땅 뽑아버릴 줄 알아.” “터프”, “도쿠로” 등, 주로 선 굵은 격투 만화를 그려온 사루와타리 테츠야가 가슴 따뜻한 야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휴먼스토리를 신작...

2008-11-26 유호연
“나는 엔조지가(家)의 고용인 나가이 진세이다. 또 한 번 이 집 문턱을 넘었다간 이 버섯 머리털을 몽땅 뽑아버릴 줄 알아.” “터프”, “도쿠로” 등, 주로 선 굵은 격투 만화를 그려온 사루와타리 테츠야가 가슴 따뜻한 야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휴먼스토리를 신작으로 들고 나왔다. 첫 장을 넘길 때부터 작가 특유의 거칠고 우람한 근육질 몸매의 주인공이 우리의 시선을 괴롭히지만, 그간의 작품 성향을 볼 때 한없이 잔인하고 피가 튀는 일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일단 없어 보인다. 본격 휴먼스토리를 간판으로 걸고 나선 만큼 겉보기엔 악귀 같지만 인정 많고 은혜를 아는 우직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왕년에 우리 본가에 해당하는 슈에이칸 구미의 간부였던 남자야, 별명이 스테고로(맨 손으로 하는 싸움이나 진검승부) 진세이인데, 슬쩍 노려보기만 해도 본가의 대간부도 벌벌 떨었다고 하더군, 혼자 적대조직의 사무실에 쳐들어가 총과 일본도를 든 조직원 15명을 주먹 하나로 때려눕혔지, 그 당시 진세이는 칼에 열 곳 이상이나 찔리고 여섯 발의 총알을 맞고도 태연했다고 하더군, 이 바닥에선 전설적인 야쿠자야.” “상처투성이 진세이”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전설의 야쿠자’라 불리는 거친 남자 진세이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만화다. 진세이는 야쿠자 시절 자신을 돌봐준 경찰 간부에게 은혜를 갚고자 야쿠자를 은퇴하고 미망인과 어린 딸만 남은 엔조지 가에 고용인으로 들어간 남자다. 사루와타리 테츠야는 특유의 펜선과 시원시원한 이야기 전개로 독자들에게 만화적 재미를 선사하는데, 그 중심에는 거친 남자 진세이의 휴먼 스토리가 녹아있다. “당신은 태어나자마자 쓰레기 장에 버려졌다죠, 결국 필요 없는 존재로 이 세상에 태어난 셈이군요, 젊은 시정엔 온갖 악행을 저질렀겠죠, 돈이든 여자든 그저 힘으로 남의 것을 빼앗으면서, 왜 야쿠자를 그만 뒀죠? 좋은 옷을 입고 훌륭한 음식을 먹고 예쁜 여자를 안고… 돈이 필요하면 위에 구멍이 날 정도로 열심히 일해 한 푼 두 푼 저축하는 사람들의 돈을 빼앗는다. 그보다 더 쉽고 편한 일이 어디 있다고.” 이런 류의 만화에는 주인공의 “강함”이 반드시 필수다. 사람들이 감동을 받는 지점은 “거칠었었던 남자가 다시금 거칠어지는”, 바로 그 대목이기 때문이다. 누가 그를 다시 거칠게 만들었는가? 그를 변하게 한 것은 무엇인가? 인생에 있어 파란만장한 변화를 경험한 남자에게 누가 또다시 시련과 아픔을 선사하는가? 하는 부분이 이야기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상처투성이 진세이”는 꽤나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무척이나 스피디하지만 대신 아기자기한 따뜻함을 요소요소에 잘 배치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