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9 (헤어진 남자친구와 친구하기)
“12월 26일, 나와 내 남자친구 제리는 1년 6개월간의 연애를 끝냈다. 우리는 정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밍고와 제리가 1년 6개월간의 연애를 끝내고 친구로 남기로 한 이후의 일들을 신선한 감수성으로 잡아낸 신인작가 토마의 팬시북, “남자친9”는 읽는 이에...
2008-11-17
장헌길
“12월 26일, 나와 내 남자친구 제리는 1년 6개월간의 연애를 끝냈다. 우리는 정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밍고와 제리가 1년 6개월간의 연애를 끝내고 친구로 남기로 한 이후의 일들을 신선한 감수성으로 잡아낸 신인작가 토마의 팬시북, “남자친9”는 읽는 이에게 풋풋하면서도 상쾌한 과일을 맛보는 느낌을 전해주는 책이다. “헤어진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오래된 로맨틱 코미디의 컨셉같은 작품의 진부한 주제는 작가의 독특한 시각에 의해 신선하게 재탄생된다. 영원한 사랑은 있을까?, 운명적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같은 다소 오래된 질문에 대한 작가의 재치 있는 비틀림도 매우 신선하다. 헤어진 전 애인을 친구로 사귀겠다고 맘먹은 밍고는 전 애인 제리에게 사소하면서도 독특한 집착과 질투를 일삼는다. 그러나 그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마치 시화집을 보는 것 같은 깔끔하고 감각적인 연출에 의해 굉장히 재미있고 신선하게 다가오며 특히 잘 팔리는 캐릭터같은 팬시한 그림체는 그 신선함을 더욱 살려주는 요소이다. 연인으로서 받은 선물을 돌려주지 못하는 심리, 자신이 매력적이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전 애인에게 화를 내는 행동, 헤어진 연인에게 쿨하게 전화하지 못하는 느낌, 헤어진 남자친구에 소개팅에 연연하는 마음, 둘이 같이 다녔던 장소에 무의식적으로 가게 되는 일, 손을 잡지 않고 걷는 것에 익숙해지는 일 등 헤어진 연인들 사이에서 벌어질만한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감각적으로 표현된 작품 전반부는 무엇보다도 읽기 편한 그림체와 깔끔한 대사로 처리된 각자의 미묘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헤어진 전 남자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친구로 지내기로 했지만 너무나 신경 쓰인다.” 밥을 먹어도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고, 괜시리 좋았던 느낌이 떠오르고, 지금 사귀는 여자의 매력은 무얼까 궁금하고, 뭘 해도 흥이 나질 않고, 가끔씩 미치도록 보고 싶은 이 허전하고 아련한 슬픔의 정체는 무얼까? “우리 다시 사귈까?” 다시 사귈까?, 걔랑 잘 안되니까 그러는 거지?, 원래부터 관심 없었어, 또 실패 할꺼야, 상관없어... 다시 사귀기로 한 밍고와 제리, 오랜만에 손잡아서 좋은 느낌, 요리를 하면서도 싱글벙글, 만나러갈 때 은근히 화장에 신경 쓰게 되는 심리, 그러나 다시 시작했어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사소한 충돌, 익숙함에서 오는 은근히 느껴지는 심심함, 어느 날 문득 갑자기 찾아간 제리의 방 창가에서 까만 하늘을 보며 이미 둘 다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안녕 제리, 안녕 내 남자친구” 그럼 지금 이 순간부터야, 그래, 이번엔 꼭 다이어트 성공해라 너 살 빠지면 되게 미남 될 거야, 설마, 아하하 안 울려고 했는데, 앗 뭐야 바보같이 너.... 제리와 나는 친구도 연인도 될 수 없었다. 사랑이 지난 후 맥 빠진 우정을 견디기엔 우린 너무 젊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