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얼라이브 (ALIVE)

“지뢰진”, “폭음열도”, “사도”, “블루헤븐” 등 대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감탄사가 튀어나올 정도의 뛰어난 그림체와 철학적인 대사로 표현하는 작가 다카하시 쯔토무의 단편 “얼라이브”는 미지의 생명체를 몸에 품고 서서히 악마로 변해가는 실험체 여자와 사형집행을...

2008-10-15 박현수
“지뢰진”, “폭음열도”, “사도”, “블루헤븐” 등 대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감탄사가 튀어나올 정도의 뛰어난 그림체와 철학적인 대사로 표현하는 작가 다카하시 쯔토무의 단편 “얼라이브”는 미지의 생명체를 몸에 품고 서서히 악마로 변해가는 실험체 여자와 사형집행을 거부하고 실험체가 된 한 남자의 극한 상황을 대립시키는 설정으로 냉정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양자를 관찰하는 형식의 연출법을 구사한다. 작가가 전작을 통해 끊임없이 탐구해온 ‘살의’와 ‘의지’에 대한 단편 “얼라이브”는 진지하고 음울한 분위기의 ‘삶’에 관한 만화다. “야시로씨, 살고 싶지 않으세요?” 야시로 텐슈, 1990년 4월, 애인 하라 미사코를 폭행한 상대 4명을 3개월 만에 전원 살해, 같은 해 9월 25일, 하라 미사코도 살해하고 도망, 같은 해 10월 24일 오사카 시에서 체포, 1993년 사형확정, 사형수 야시로는 사형실로 끌려가던 중 낯선 남녀를 만나고 그들은 야시로에게 그냥 사형실로 가서 죽음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실험에 협조하여 삶을 연장할 것인지를 묻는다. 생명을 담보로 한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질문이었고 야시로는 그들이 내미는 서류에 서명하고 또 다른 사형수 곤도와 함께 어딘가로 옮겨진다. “우린 어떻게 될까?”, “죽는 것보다야 낫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밀실로 옮겨진 야시로와 곤도, 여자와 시계만 빼고 뭐든지 원하는 대로 갖다 준다며 속세의 생활을 즐겨보라는 실험담당자의 말에 야시로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지만 곤도는 어차피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현재를 즐기자고 말한다.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도 없는 밀실에서 비록 또 다시 갇힌 몸이 되었지만 곤도와 야시로는 서서히 속세의 생활로 돌아가며 바깥 세상에 있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난 마녀거든....” 거대한 밀실의 한쪽 벽이 열리고 유리창 너머에서 아름다운 여자가 알몸으로 목욕을 하는 광경이 야시로와 곤도에게 펼쳐진다. 넌 왜 거기 있느냐는 야시로의 질문에 격리되어 있는 마녀라고 답하는 미스터리한 여자는 어떡해야 거기로 갈 수 있느냐는 곤도의 질문에 그 놈을 죽이고 오라는 말을 남긴다. 여자의 말이 끝나자 밀실의 벽은 다시 닫히고 곤도와 야시로의 불안함은 한층 가증되기 시작한다. “기한은 우리가 여기 머무는 2주일간, 이동을 성공시키시오.” 밀실의 벽이 조금씩 좁혀져 오고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며 야시로와 곤도의 불안감은 증폭되기 시작한다. 한편, 실험을 통제하는 곳으로 국가안전고문기관에서 두 명의 남자가 파견되어 오고 실험담당자 코지마는 여자의 몸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물질을 다른 숙주의 몸으로 이동하는 실험방법을 설명한다. 코지마의 설명에 의하면 여자의 몸을 장악하고 있는 이물질은 좀 더 강한 숙주, 즉 현재의 숙주보다 좀 더 강한 살의(殺意)를 지닌 숙주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대로 숙주를 잠식해버리는 것으로 다른 숙주로 옮겨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그래서 곤도를 여자에게 들여보내고 야시로가 남아있는 밀실은 계속 온도를 높이고 벽을 좁혀가면서 불안감과 질투심, 생의 의지를 증폭시켜 임계점에 다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요지를 전해들은 두 명의 남자는 2주일 이내에 실험을 성공 시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