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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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라이브)

“화성, 인류가 다음에 발을 디딜 터전으로 믿어지고 있는 붉은 행성, 만약 거기에, 오랜 옛날 도시가 존재했고, 그리고 흔적도 없이, 전설의 무 대륙이나 아틀란티스처럼 사라져버렸다면 당신은 놀라시겠습니까?” SF란, science fiction의 약자로 사전적 의...

2008-10-08 김현수
“화성, 인류가 다음에 발을 디딜 터전으로 믿어지고 있는 붉은 행성, 만약 거기에, 오랜 옛날 도시가 존재했고, 그리고 흔적도 없이, 전설의 무 대륙이나 아틀란티스처럼 사라져버렸다면 당신은 놀라시겠습니까?” SF란, science fiction의 약자로 사전적 의미로는 공상과학 소설을 뜻한다. 원래가 소설이란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SF장르는 아주 예전부터 그 독특함과 진지함으로 사람들을 매혹시켜왔다. 과학적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한한 매력이 있기에, 아마 앞으로도 이 장르의 번영은 계속될 것이다. “행성 ESC의 엄한 규정….금지된 연구에 손을 댄 과학자는 혼자 우주로 추방당한다. 거기에 있는 것은 무한한 절망과 기약 없는 고독….” 만화에 있어 순정장르란, 산업론적인 의미로 볼 때 여성독자를 중심으로 창작, 유통되는 코믹스를 일컫는 말인데, 묘하게도 이 장르와 SF코드가 결합되면 아주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킨다. 여성들의 상상력이 남성들보다 뛰어나다는 인류학적인 근거에서 비롯된 건지 몰라도, 한국 SF순정의 대표작인 강경옥의 “별빛 속에” 같은 작품만 보더라도 발표 된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애장판으로 재출간 되면서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 여성의 감수성과 SF적인 상상력이 만났을 때, ‘감정’의 무한한 확대 재생산이 이루어지곤 한다. “은하계 행성 탐사선 ESC가 화성 본부의 이상을 깨닫고 귀환 길에 오른 것은, 그들이 출항한지 아직 한 달도(그들의 시간으로)안 됐을 무렵이었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Live”는 전형적인 SF순정의 형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건의 시작 자체가 지구가 아닌, 자신들의 행성을 잃고 우주를 떠도는 외계인들로부터 시작되고 있으며, 단순히 지구인과 외계인의 만남으로 벌어지는 어떤 스펙타클한 변화가 아니라, 수십만 년의 시간이 더 흐른 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의 마지막 종착지라 여겼던 지구가 자신들의 모성처럼 비참한 운명을 향해가고 있다는 설정인 것이다. “저 문 안에는 모든 금기가 봉인되어 있다. 가령, 불로불사, 죽은 자의 재생, 생식의 조작, 영혼의 노출, 시간의 역행…그 모두가 진리를 거스르는 중대한 죄.” 작가가 작품 속에서, 자신들의 별을 스스로 파괴시킨 어리석은 외계인들을 현재의 지구인과 만나게 한 것은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어떤 기술도, 과학도, 윤리도, 애초에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선 안 된다. 그건 ‘진리’라 불리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