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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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혹성 (SLEEPIN" PLANET)

“그 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후카마치 에리코의 미소도 그저 같은 반 여자애한테 느꼈던 설레임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성인만화 장르의 기본은 “선정성”이다. 야하지 않은 성인만화도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개가 스...

2008-07-30 김현수
“그 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후카마치 에리코의 미소도 그저 같은 반 여자애한테 느꼈던 설레임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성인만화 장르의 기본은 “선정성”이다. 야하지 않은 성인만화도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개가 스토리 전개 안에 선정적인 장면을 꼭 집어넣는 것이 성인만화의 미덕이다. 야한 책을 눈치안보고 마음껏 볼 수 있는 것이 성인들의 권리여서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성인만화에는 선정적인 장면이 꼭 들어가곤 한다. “성인만화”와 “포르노물”의 차이점은 표현수위와 스토리의 진정성에 있다. 가감 없이 모든 걸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포르노”는 사실 금방 질리게 된다. 인간은 섹스를 “유희”로 즐길 줄 아는 생물이기에 상상력이 결여된, “본능에 충실하기만 한” 포르노는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금방 지루해지고 질리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난 이렇게 생각한다. “포르노”와 “성인물”의 차이는 ‘스토리의 재미’에 있는 것 이라고… “저녁 무렵, 평소와 달리 쥐 죽은 듯 조용한 동네….깨어있는 사람은…나 혼자…?” 여기에 소개하는 “잠자는 혹성”은 책 표지에 빨간 글씨로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고 당당히 찍혀있는 “성인만화”다. 표현 수위도 꽤 세고, 설정이나 스토리도 매우 야한, 전형적인 ‘에로 만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타의 “포로노물”과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할 미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주 그럴 듯 한 설정과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어제 들은 설명으로 대충 이해는 했는데, 의문 투성이야….정말로 모든 인류가 잠들어 버렸을까? 준페이 같은 예외는 또 없을까?” 대체 이렇게 된 원인은 뭘까?” “잠자는 혹성”은 어느 날 갑자기 모두가 잠들어버린 지구에 홀로 남은 소년 준페이의 이야기다. 갑작스레 모두가 잠들어버린 지구에서 준페이는 며칠간 자유를 즐겨보지만 공허함을 감출 수는 없다. 밥을 먹으러 들어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잠들어 있는 웨이트리스에게 순간적인 욕정을 느낀 준페이는 그녀를 범하고, 놀랍게도 그녀가 잠에서 깨어난다. 모두 잠들어버린 지구에서 유일하게 남을 깨울 수 있는 소년 준페이, 그리고 놀랍게도 ‘여자’만 깨울 수 있고 깨우는 방법은 “섹스”밖에 없다. 남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과도한 설정이지만 읽어가다 보면 전혀 유치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것이 이 작품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준페이의 ‘하렘 만들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깨어나는 여자가 많아질수록 세계는 점점 다양해지고 깨어난 사람의 수만큼 문제는 늘어만 가며, 깨어있는 것도 아니고 자는 것도 아닌 정체불명의 몽유병자 집단이 발견되기도 한다. 2권의 중반부부터 작품은 본격적인 ‘판타지 성인만화’를 지향해가기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서 벌어진 원인 불명의 사태를 준페이와 그의 여인들이 해결해나가는 만화 “잠자는 혹성”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