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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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나의 조국 르브바하프 왕국은 비센하르 왕국에 의해 멸망당했다. 그리하여 나는 왕국의 둘째 공주이자 사랑스러운 나의 누이의 도움을 받아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사람과 함께 도망을 치게 되었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나에겐 아무런 계획도 없다.” “강특고 아이들”을 윙...

2008-07-07 석재정
“나의 조국 르브바하프 왕국은 비센하르 왕국에 의해 멸망당했다. 그리하여 나는 왕국의 둘째 공주이자 사랑스러운 나의 누이의 도움을 받아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사람과 함께 도망을 치게 되었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나에겐 아무런 계획도 없다.” “강특고 아이들”을 윙크에 연재하며 현재 자신의 주가를 마구 올리고 있는 ‘독특한’ 작가 김민희의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는 김민희만이 줄 수 있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묘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는 자는 그 사고의 얕음만큼 인생의 깊이도 얕아지는 겁니다.” 김민희의 작품에는 단순히 웃음과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 회마다 한 번 정도씩 인생의 진리를 담은 묵직한 대사 한 마디를 독자에게 던져주는데 그 깊이가 만만치 않다.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에서도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대사상가 시안이 철부지 왕자에게 가끔씩 내뱉는 말 한 마디는 그 상황의 부적절함과 개그적인 발상을 떠나 매우 묵직한 사색의 시간을 독자에게 던져준다. “그래,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건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니 뒤집어 생각하면 세상 모든 일이 의미가 있는 것이렸다.” 김민희 만화의 재미는 캐릭터에서 온다. “강특고 아이들”에서도 그랬지만 기상천외한 주인공들이 등장하여 만화의 상황상황을 엮어나가는 그 재미가 정말 만만치 않게 웃기다.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에서도 이런 맥락의 개그가 정말 많이 등장한다. 철부지 왕자인 반은 말할 것도 없고 엄청나게 기운 센 시녀 코나, 위대한 사상가이지만 징징거리기가 취미인 시안, 왕실 마니아 클럽 회원 미카, 음유시인 세르비지오 등 대사만으로 독자들을 뒤집어지게 하는 강력한 캐릭터들이 수시로 등장해준다. “뭘 뒷일까지 생각하고 그래, 인생 다 흘러가지 마련이야.”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의 미덕은 낙천주의다. 심각한 상황, 불가능한 미션, 불운의 연속인 절망적인 미래 등 이야기만으로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던 왕국의 재건설은 너무도 쉽고 엉뚱한 방향에서 시작되어 그 결말조차도 적국의 내란으로 인한 자중지란으로 처리되어 버린다. 하지만 그 상황이 유쾌하게 끄덕거려지는 것은 작가가 3권 내내 독자들에게 주입한 ‘인생은 아름다워’식의 낙천적인 코미디정신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