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베이스볼러스 (W.B.B - WILD BASEBALLERS)
“잇세이, 넌 꿈이 있냐? 난 어릴 때 갑자원 마운드에 서는 게 꿈이었어, 웃지마 쨔샤, 이래봬도 4번 타자에 에이스 투수였다구, 하긴 이젠 이룰 수 없는 꿈이지만, 그래도 잇세이…혹시 너라면, 너라면 정상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 보여주지 않을래? 큰 무대에...
2008-06-30
석재정
“잇세이, 넌 꿈이 있냐? 난 어릴 때 갑자원 마운드에 서는 게 꿈이었어, 웃지마 쨔샤, 이래봬도 4번 타자에 에이스 투수였다구, 하긴 이젠 이룰 수 없는 꿈이지만, 그래도 잇세이…혹시 너라면, 너라면 정상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 보여주지 않을래? 큰 무대에서 내 힘을 말야, 그걸로 말이야…응?” 고교야구의 인기가 많이 죽어버린 한국에서는 청룡기 대회나 봉황대기 대회가 별 관심을 얻지 못하지만, 매년 5000개 이상의 고등학교 야구부가 참가한다는 일본의 전국고교야구대회는 갑자원 구장에서 벌어지는 본선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학교의 명예이자 해당 지역의 경사라고 한다. 그만큼 학교간의 경쟁도 치열하고 경기 자체에 재미와 감동도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래서인지 일본의 스포츠만화는 ‘갑자원’을 소재로 다룬 만화가 무척이나 많다. “재미있겠다, 그거…” “와일드 베이스 볼러스”는 홋카이도 최대의 문제아 잇세이가 소년원에서 만난 친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깡패학교의 친구들을 모아 갑자원에 도전한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다. 흥미로운 점은 원작자가 “GTO”, “상남2인조”의 후지사와 토루라는 것으로, 학교와 불량아들을 소재로 했던 아주 재미있는 전작들을 살펴볼 때, 그가 원작을 집필했다는 것이 이 만화에 기대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라 하겠다. “삿포로에서 이 학교로, 사상 최악의 남자 애가 입학할 거래.” 모든 스포츠 물이 그렇듯이, 이 만화에도 비범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 만화의 주인공인 아오키 잇세이는 중 3때 인근 고등학교로 혼자 난입하여 그 곳의 깡패들을 상대로 칼부림까지 해서 모두 병원으로 보내고 소년원에 들어갔다가 출소한, 엄청난 전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에게는 시속 150km대의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 엄청난 어깨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이 있다. 사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 할 만큼 마운드의 존재가 중요한 스포츠다. 이 괴물 같은 주인공의 존재만으로도 이야기의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강력한 주인공의 존재만으로 이야기가 순순히 흘러갈 만큼 작가는 바보같지 않다. 류사카 고등학교는 갑자원에 대해 엄청나게 안 좋은 기억이 있고, 주전 포수를 맡을 유키무라는 불치의 병을 앓고 있으며, 강타자로 자리잡을 슈코는 야구에 관한 아픈 추억이 있다. 총 6권으로 이루어진 “와일드 베이스 볼러스”는 이렇게 각자의 사정이 있는 소년들을 야구부로 끌어 모으는 과정에 대부분의 분량을 소진한다. 비슷한 설정의 만화로 “루키즈”를 들 수 있는데, 사실 “루키즈”와 비교하면 질적으로 많이 떨어진다. 그래도 야구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한번쯤 권할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