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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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블! (GAMBLE!)

“20xx년, 일본 정부는 도박행위를 전면적으로 해금, 그 법률 ‘도박특별법’은 사기 행위 이외의 도박을 모두 인정하는 것이었다. 나이의 제한조차도 없었다. 이제는 세계 제일의 도박섬이 된 일본… 경제부흥이라 부르기 시작한 이 나라의 어리석은 시도는 결국 다양한 국가의...

2008-05-27 석재정
“20xx년, 일본 정부는 도박행위를 전면적으로 해금, 그 법률 ‘도박특별법’은 사기 행위 이외의 도박을 모두 인정하는 것이었다. 나이의 제한조차도 없었다. 이제는 세계 제일의 도박섬이 된 일본… 경제부흥이라 부르기 시작한 이 나라의 어리석은 시도는 결국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불러 들였고…돈 놀이에 흥겨워하는 인간들을 돈으로 가르고… 승자와 패자로 갈랐다.” 만화의 기본은 상상력이다.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가장 적합하고 가장 뛰어난 예술장르라 불리는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상력이라는 것은 사실 더 논의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얘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실에 기반을 둔 가장 그럴듯한 상상력’이 아니면 만화는 아주 먼 외계의 엉뚱한 곳으로 제멋대로 흘러가버리고 마는, 감당하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 요즘 유행하고 있다는 “팩션”장르도 사실 이러한 논리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요괴나 악령을 물리치는 퇴마사 이야기도 그 설정 속에 아주 그럴듯한 역사와 지식을 깔아놓지 않으면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쉽다. 어쨌든, 만화를 가장 재미있게 끌어올리는 기본적인 무기는 “현실에 바탕을 둔 상상력”이다. “갬블에는 운이나 흐름이 있다고 생각해, 그 놈을 잡으면 이긴다, 하지만 그 놈을 잡기 위해서는 눈가리개를 해야만 해, 처음에 걷겠다고 한 건 스스로 결정한 거야, 방향 역시 같아, 나는 도박이란 건 이런 거라고 생각해, 보이지 않는 길을 똑바로! 자신이 결정한 방향으로! 믿는 거야!!” 여기에 소개하는 “갬블”은 위에서 설명한 대로, 남녀노소 모두 도박을 합법적으로 즐길 수 있는 ‘도박국가’로 변한 일본을 작품의 무대로 상정하고, 확률과 계산에 능한 수학천재소년 ‘장’과 ‘흐름을 만들어 내는 운’을 가진 강인한 소년 ‘마사루’의 도박 여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연재된 잡지가 소년지이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아주 좋은 설정을 망가뜨리고 만 실패작의 전형이다. 물론 두 권밖에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비약적인 판단일 수는 있으나, 작화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연출능력도, 매우 미숙해서 도박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읽는 긴장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거기다가 각종 도박에 관한 정보와 지식까지 중구난방 버무려 놓아서 책 전체의 구성까지 어설프다. ‘도박만화’하면 “카이지”같은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도 있지만, 과연 ‘도박’이라는 소재에 어린 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 작품에 어울리는지를 고민해보는 것이 먼저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매우 진하게 남는다. 꼭 잘못 만들어진 학습만화를 보는 듯한 어정쩡함이 느껴지는 이 작품에서 그나마 쓸만한 것은 전혀 상반된 느낌의 소년 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인데, 2권의 말엽부터 서서히 그 설정이 힘을 발휘하게 된다. 냉정하고 계산에 밝은 장의 ‘확률이론’과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승부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마사루의 대결은 그럭저럭 읽을 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