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클럽
“내가 다치면, 네가 고쳐 줘!” ‘복싱의 본질적 매력은 영웅을 기다림에 있고 천재를 소망함에 있다’는 말이 있다. 스포츠이기 이전에 ‘격투’라는 권투의 본질을 꿰뚫어 본 말이다. 기실 싸움 또는 격투의 재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2008-05-15
김진수
“내가 다치면, 네가 고쳐 줘!” ‘복싱의 본질적 매력은 영웅을 기다림에 있고 천재를 소망함에 있다’는 말이 있다. 스포츠이기 이전에 ‘격투’라는 권투의 본질을 꿰뚫어 본 말이다. 기실 싸움 또는 격투의 재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권투란 틈을 제압하는 싸움, 서로 거리를 빼앗고 타이밍을 훔치는 싸움이지만 규칙과 링이 존재하는 스포츠다. 다만 천재의 약탈행위, 폭력적 차별이 허용되는 ‘경기’인 것이다. 범인(凡人)의 꿈도, 희망도, 노력, 기백, 근성도 천재 앞에선 모두가 무의미한 게 되는, 천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스포츠, 그게 바로 권투다. 100%에 가까운 평범한 사람들과 제로에 가까운 천재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권투계, 이 천재들의 스포츠 “권투”를 소재로 했으나 천재 주인공이 승승장구하는 전형적인 스포츠만화가 아닌, 열심히 노력하고, 동료들과 같이 땀 흘리고, 때론 좌절하기도 하는 권투선수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담은 “체육관 풍경” 같은 만화, “파이트클럽”을 소개한다. “넌 스파링 할 때, 주먹 속에 뭘 쥐고 있냐? 어떤 생각을 쥐고 있느냐를 묻는 거야, 프로는 ‘배’와 같은 존재야, 거기엔 많은 사람이 타고 있지, 다른 사람들의 꿈과 희망…. 자신의 힘에 대한 갈망…… 그리고 공포….. 감량의 고통과 분노…..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가슴 속에 넘쳐나는 많은 것들을 몸에 쌓아두지 않고 주먹에만 담는다, 그리고 몸은 어디까지나 가뿐하게! 왜 복서를 하려고 하는지 너만의 생각이 있겠지? 지금은 그것만 쥐고 싸워라, 그럼 강해질 거다! 생각을 주먹에 담아, 상대와 맞서 싸워!” 타카가미 가이, 17세의 고교생, 프로복서 지망생, 전 세계챔피언이었던 오오토리의 트레이너 타카가미의 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세계챔피언을 목표로 8년 동안 자율훈련을 하루도 거르지 않은 묵직한 소년이다. 프로복서가 되기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지닌 가이는 드디어 아버지가 트레이너로 있던 아사쿠라 체육관에 프로지망생으로 입관하고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가는 믿음직한 동료들을 만난다. “난 복싱시합이란 화려한 꽃 품평회 같다고 생각해, 시합 전 감량 같은 걸로 심약해지거나 신경질적이 된 모습보곤 하잖아? 하지만 링 위에 올라가면 거짓말처럼 당당해져 최고의 남성다움을 격돌시켜! 그 날을 위해 고심하며 피운 꽃을 과시하듯 휘황찬란하게!” 이 만화의 특징은 등장인물 중 몇몇이, 선수들의 허가를 얻어 실명으로 등장하는 실제 프로복서라는 것이다. 작가인 모리 사치가 권투경기를 보러 가서 실제로 팬이 되었다고 하는 모토코 선수부터 일본 랭커인 나카누마 선수까지, 실제 권투 선수들의 모습에 바탕을 두고 제작된 캐릭터이기 때문에 리얼함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권투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