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별의 저편
“아드님이 살아있습니다. 한 번 만나보지 않겠습니까?” 16년 전, 카이세이도 병원의 화재로 입원환자와 직원 등 6명의 신생아를 포함한 35명이나 되는 귀중한 생명이 사라졌다. 불길이 강해 대부분의 신생아들은 유골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이마 이치코의 신작 “밤과 ...
2008-05-14
석재정
“아드님이 살아있습니다. 한 번 만나보지 않겠습니까?” 16년 전, 카이세이도 병원의 화재로 입원환자와 직원 등 6명의 신생아를 포함한 35명이나 되는 귀중한 생명이 사라졌다. 불길이 강해 대부분의 신생아들은 유골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이마 이치코의 신작 “밤과 별의 저편”은 16년 전 카이세이도 병원 화재사고로 신생아인 아들을 잃은 미야마 부부에게 걸려온 한 통의 괴전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류이치(龍一)…저기, 이 애는 네 동생이란다. 네가 사라진 뒤 2년 후에 태어났지. 저어, 이 애도 이름이 ‘류이치(立一)’야.” 16년만의 어색한 재회에 이어 미야마 부부는 류이치(龍一)에게 가족을 소개한다. 미야마 부부는 사고로 아들을 잃고 유미에라는 양녀를 들였고 그 뒤로 2년 후, 아들이 하나 태어난다. 죽은 아들이 환생한 것이라 여긴 미야마 부부는 한자로는 틀리나 발음이 같은 ‘류이치’라는 이름을 두 번째 아들에게 선사한다. “이윽고 이 땅에 힘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것이다. 그 아이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용, 용의 이름을 가지고 태어날 것이다…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용…‘류이치’ ” 2년 차이가 나는 어색한 형제, 둘 다 이름은 ‘류이치’, 아무리 피가 섞인 형제라지만 서로 세상에 나와 처음 만나는 사이끼리 쉽게 친해질 리가 없다. 더구나 16년 만에 나타난 형 류이치(龍一)에게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음험하고 미묘한 기운이 흐르고 ‘겐’이라 불리는 사람이 아닌 불가사의 한 존재를 경호원처럼 달고 나타났으니, 동생인 류이치(立一)는 달가울 리가 없었다. “아프리카의 호수에 사는 놈 중에 재미있는 방법으로 새끼를 키우는 종류가 있어, 암컷이 낳은 알을 수컷이 재빨리 입에 물고 입 안에서 키우지, 그런데 한술 더 떠 바로 그 점을 이용해 새기를 키우는 메기가 있단다. 은근슬쩍 자신의 알을 같이 낳아버리는 거지, 메기 알과 물고기 알은 매우 비슷해서 물고기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입 속에 넣게 되지, 하지만 보기엔 비슷해도 그것은 사나운 육식 메기의 알이야, 메기 알은 이윽고 물고기 입 안에서 부화하는데, 그럼 어떻게 될까? 물고기의 치어 중에 딱 한 마리 섞여 들어간 메기의 치어, 메기는 커다란 입으로 주위에 있는 다른 치어들을 먹고 성장하는 거야, 어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외적으로부터 지켜주지, 그리고 최후에는 자신의 새끼들은 전부 잡아 먹히고 메기만 남게 돼. 난 눈치챘어. 류이치(龍一), 네가 물고기들 속에 숨어든 메기란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