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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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레이디 (Pink Lady)

“놀이터에서 늘 그림을 그리던 착하고 순진한 남자 아이가 있었어…아이는 늘 혼자였어” 온라인 상에 만화를 연재하는 웹툰(webtoon)은,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가공할 파괴력과 함께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만화잡지’라는 기존의 매체를 누르고 어느덧 만화산업의 주...

2008-05-09 석재정
“놀이터에서 늘 그림을 그리던 착하고 순진한 남자 아이가 있었어…아이는 늘 혼자였어” 온라인 상에 만화를 연재하는 웹툰(webtoon)은,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가공할 파괴력과 함께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만화잡지’라는 기존의 매체를 누르고 어느덧 만화산업의 주류로 떠올랐다. 종이에 그려 잡지에 연재하고 분량이 쌓이면 책으로 출판하는 기존의 방식은 마치 옛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네이버나 다음의 만화코너에 보면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작품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전시되어 있다. 마치 왕자에게 선택 받길 기다리는 신데렐라처럼, 그러나 아쉽게도, 만화는 ‘원고’만으로는 ‘상품’이 될 수 없다. 책으로, 디지털 파일로, 영화로, 드라마로, 게임으로, 장르를 넓혀 변용될 때마다 ‘만화’는 ‘돈’이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 ‘웹툰’에 대한 상품성은 시장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물론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한 성공사례들과 새로운 형태의 상품들이 개발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좀 이른듯하다. “언제부터였더라…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은 게…이젠 잘 기억도 안 나…. 난 정말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걸까? 내가 뭘 그리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네이버 웹툰 코너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핑크 레이디”는 기존의 웹툰들이 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책”도 이미 나왔다.(중앙북스) ‘연우’라는 필명을 쓰는 이 신인작가는 미대생들의 학교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러브스토리를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듯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이야기에 있어 전통적인 ‘순정만화의 미덕’을 잘 살려나가며 매 회 캐릭터의 반전이나 스토리상의 급선회를 통해 독자들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연출력도 신인작가치고는 내공이 상당하다. 그리고 특이할 만한 점은 스스로 ‘미디어믹스와 원 소스 멀티 유스’를 시도해본다는 것인데, 컴퓨터 바탕화면, 뮤직비디오 등 소스를 활용한 또 다른 ‘콘텐츠’를 제작하고 얼마 전엔 캐릭터 회사와 계약해 지류 팬시상품도 등장했다. 마치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완벽하게 적응한 신세대 작가를 보는 듯 하다. “이제 알 거 같아… 내가 왜 그림을 시작했었는지…그림을 그리다 보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그런 기대감 때문이었어” “핑크레이디”의 이야기 자체는 사실 좀 흔한 이야기다. 어릴 적 소꿉친구이자 그림친구였던 현석과 겨울이 대학 캠퍼스에서 다시 만나 사랑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로 전형적인 순정만화라 할 수있다. 그러나 나름의 전문성(회화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미술사, 미술대학의 수업풍경 및 작업실 풍경 등등)을 작품 중간중간에 잘 살려내고 있으며 이야기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잘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찾아보기 힘든 “정통파 웹툰”이라는 느낌이 든다. 사각관계로 까지 발전한 시즌3를 끝내고 현재는 휴식중인 이 작품의 좋은 결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