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로-DOKURO (이능자)
“인간은 한 마디로 미쳤다. 벌레 한 마리 만들지 못하는 주제에 신은 수없이 만들어 내니까 말이다.” – 프랑스 사상가, 미셸 드 몽테뉴 “tough”로 유명한 작가 사루와타리 테츠야가 신작을 내놓았다. 표지부터 엄청난 압박이 밀려오는 “도쿠로(doku...
2008-05-06
석재정
“인간은 한 마디로 미쳤다. 벌레 한 마리 만들지 못하는 주제에 신은 수없이 만들어 내니까 말이다.” – 프랑스 사상가, 미셸 드 몽테뉴 “tough”로 유명한 작가 사루와타리 테츠야가 신작을 내놓았다. 표지부터 엄청난 압박이 밀려오는 “도쿠로(dokuro)”다. 사루와타리 테츠야하면 과장된 인체, 엄청난 격투씬, 직설적이고 저돌적인 스토리로 유명한 남성지향적인 작가인데, 그 일관된 압박감 때문에 국내에도 많은 매니아들이 암약하고 있는 격투만화의 달인이다. 이번 작품인 “도쿠로”도 작가의 색깔에 아주 딱 들어맞는 스토리와 엄청난 주인공들이 등장하여 매 장을 넘길 때마다 분노의 철권과 함께 선혈이 낭자한 잔인함이 지면 곳곳에 드러난다. “더없이 다정하고 예쁜 엄마였다. 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주인공인 키쿠치 타케오는 사이비 종교에 미친 어머니가 자신을 죽이려 불을 질러, 등에 늑대모양의 섬뜩한 화상흉터가 새겨진 안타까운 과거를 가진 남자다. 어머니가 죽고 어머니가 미쳐있던 사이비 종교에 의탁된 타케오는 어린 나이부터 인성을 말살당하며 혹독한 조련을 받는다. 훈련이 끝난 후 타케오는 교단의 적들이나 배반자를 암살하는 보안국 숙살반(肅殺班)의 킬러, 암호명 ‘도쿠로(毒狼)’로 활동하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교단의 지시대로 암살을 행하던 그가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교단의 중심인물들을 하나 둘씩 살해하기 시작하면서 이 만화는 시작된다. “이 나라에서 가장 돈이 되는 사업, 종교, 현재 이 나라에는 약 20만개의 종교단체(종교법인 포함)가 존재한다. 종교법인에 대한 과세는 세제우대조치로 인해 장례식, 법회, 기부금, 부동산 소득 등이 비과세다. 종교법인의 경제행위에 대한 세율도 10.5%나 낮아, 물품 및 부동산 매매, 대부업부터 풍속업소나 러브호텔까지 경영하는 곳도 있다. 일부 악질적인 곳에선 폭력조직이 종교법인을 방패막이로 암약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가들 역시 돈과 표 욕심에 여러 곳의 종교단체에 가입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종교천국 일본” 책의 서두부터 장황하게 설명되어 지는 일본의 종교에 대한 전체상황은 사실 우리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사루와타리 테츠야가 작품의 소재를 ‘종교’라는 것에서 찾았다는데 있다. 아직까지 2권밖에 나오질 않아 형이상학적 존재론이 등장할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우리의 주인공 키쿠치 타케오는 본인은 신을 증오하고 부정하지만 정작 신의 가호를 받는 이율배반적인 남자로 설정되어있다. 이 존재론적 모순이 주인공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지만, 작품의 초반부터 인상 깊게 등장하는 우리의 주인공은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엔 만 점짜리 주인공이다. 격투만화를 좋아하는 팬들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