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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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가무연구소

“역시 끊어진 필름은 절대 기억해내지 않는 게 행복합니다. 이번 달의 반성,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죽지 않도록 조심하자.” “노다메 칸타빌레”, “주식회사 천재패밀리”, “그린” 등으로 한국에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작가 니노미야 토모코의 “음주생활 일기”...

2008-05-02 유호연
“역시 끊어진 필름은 절대 기억해내지 않는 게 행복합니다. 이번 달의 반성,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죽지 않도록 조심하자.” “노다메 칸타빌레”, “주식회사 천재패밀리”, “그린” 등으로 한국에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작가 니노미야 토모코의 “음주생활 일기”를 소재로 한 책이 나왔다. 소문난 애주가라는 명성답게 첫 장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음주 가무 연구소”는 니노미야 토모코의 적나라한 음주 일상을 한 점 거리낌없이 마구마구 보여주는, 무척이나 웃긴 만화다.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시는 걸까요?” 정말 궁금한 질문이었다. 왜 사람들은 술을 마실까, 작가는 간단하게 대답한다. “즐거우니까”, 그러자 누군가 묻는다, “저 사람은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는 걸요!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잖아요!” , 또 작가는 간단하게 대답한다. “슬프니까 마시는 거다” , 그러자 또 묻는다, “퇴근 후 한잔 걸치는 샐러리맨, 언뜻 즐거워 보이지만 과장한테 마지못해 끌려온 듯한 저 청년들은 정말 즐거울까요?” , 작가는 대답한다. “과장은 즐겁겠지, 그럼 된 거야” “술은 소심한 사람들을 대범하게 만들고 무서운 사람의 마음을 온화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전 인류의 바보화 현상)” 그녀의 전작들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오는 엉뚱함”에서 비롯된다. “그린”의 ‘농촌으로 시집가고 싶어하는 처녀’라던가, “주식회사 천재패밀리”의 ‘평범하게 살고 싶은 고단한 천재’라던가, “노다메 칸타빌레”의 ‘말도 안 되는 추잡함과 엄청난 식탐을 지닌 외계인 같은 여자 천재 음대생”이라던가 하는, 니노미야 토모코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넘치는 캐릭터부터 기가 막힌 발상의 수많은 상황설정까지, 독자는 그녀의 작품 곳곳에서 ‘카타르시스’를 얻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중독된다. 이건 작가로서 대단한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항상 그 작가에 대해 궁금했던 많은 의문들이 이 작품 ‘음주가무 연구소’를 보면서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그 재미있는 캐릭터들은 거의 작가의 분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니노미야 토모코의 ‘음주 생활’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 작가의 ‘음주 생활 체험기’를 아주 짧은 ‘컷 만화’로 연재했던 것이기 때문에 매 에피소드를 넘길 때마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마치 인기 만화가의 꾸밈없는 일상을 엿보는 것처럼 묘한 쾌감을 주기도 한다. 그녀의 팬이라면 꼭 소장해야 할 책인 것 같다. 덧붙여 책 후반부에 있는 단편 만화 “한 잔 하러 가자!”도 니노미야 특유의 유머감각이 맘껏 드러나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만화로 ‘니노미야 월드’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단편이다. 세상 일이 모두 답답하고 하는 일이 잘 안되어 의욕부진에 빠져있는 독자가 있다면, 꼭 권하고 싶은 유쾌한 책이다.